제주항공·티웨이 운수권 32개씩 늘 때 에어부산은 10년간 고작 5개만 늘었다

입력 : 2024-07-08 18: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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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규택 의원실, 에어부산 배제 의혹 제기
티웨이, 10년만에 운수권 340%나 증가
에어부산, 2020년 이후 신규 배분 전무
KAL·아시아나 합병에 일방 희생 당해

부산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에어부산 항공기.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에어부산 항공기. 김종진 기자 kjj1761@

에어부산 분리 매각 요구에 정부가 응답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에어부산 경쟁 저가항공사(LCC)에 정부의 운수권 배분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부산의 경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운수권 배분이 배제된 상황에서 경쟁 LCC에 이른바 ‘알짜 노선’이 집중 배분됐다. 특히 대구에 본점을 둔 티웨이항공은 10년간 운수권이 3배 이상 늘어나 ‘몰아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부산 서·동구)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2014~2023년)간 운수권 배분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곽 의원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 항공사에 신규 배분된 운수권은 총 134개로, 이 중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각 32개씩 운수권을 받았다. 이어 대한항공 19개, 아시아나 항공 12개, 이스타항공 10개, 진에어 8개, 에어인천 6개, 에어부산·플라이아시아 5개, 에이로케이 3개, 에어서울 1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수권이란 특정 항공 노선에 상업적인 목적으로 항공기를 운항해 여객이나 화물을 탑재 또는 하역하는 권리를 말한다. 미국, 일본 등 우리나라와 ‘항공 자유화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에 운항하기 위해선 정부로부터 운수권을 배분 받아야 한다.

최근 10년간 운수권 배분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에 대해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의 특혜를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항공은 정부가 항공사 합병을 결정했던 2020년부터 4년 동안에만 알짜 노선인 싱가포르, 울란바토르 등 총 14개 운수권을 확보했다. 티웨이항공도 이 기간에 김포~가오슝, 크로아티아 등 12개 노선을 확보했다. 티웨이항공의 운수권은 지난해 말 기준 22개로 늘어나면서 10년 전 5개에 비해 340% 증가했다. 제주항공도 이 기간 8개에서 34개로 325% 증가율을 보여 두 항공사의 보유 운수권 증가율이 타 항공사를 월등히 앞질렀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올해도 많은 운수권을 배분 받았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들어 대한항공으로부터 이관 받은 4개 유럽 노선과 서울(김포)~인도 뉴델리·뭄바이 주 3회, 청주~인도네시아 발리 주 3회 등 8곳 노선을 더해 총 12개 노선을 추가로 확보했다.

반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 과정에서 운수권 배분에서 소외된 에어부산은 최근 10년간 고작 5개 운수권을 받는 데 그쳤다. 특히 합병 방침이 결정된 2020년부터 2023년 말까지 4년 동안에는 단 하나의 운수권을 배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별 항공기 보유 현황과 운수권 보유 현황을 비교하면 ‘운수권 편중’ 현상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에어부산은 보유 항공기 1대당 0.32개의 운수권을 보유한 반면 티웨이항공은 1대당 0.75개의 운수권을 보유했다. 제주항공도 항공기 1대당 0.81개 운수권을 갖고 있고 아시아나 0.75, 티웨이 0.73, 대한항공 0.52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운수권 배분은 국토부의 배분 기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지방공항 활성화 기여도, 안전투자 및 안전개선 노력, 정시성, 이용자 만족도’ 등을 평가해 운수권을 배분한다고 밝혔다. 에어부산은 국토부가 제시한 기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운수권 배분에서는 배제됐다.

이에 대해 곽규택 의원은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특혜를 받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며 “부산 지역 거점항공사인 에어부산에 대한 분리매각 요구가 지속되고 있고, 기업결합이 완료되지도 않았는데 합병을 전제로 불공정한 배분이 지속되는 것은 공정경쟁에 위배되는 것이고 사실상 에어부산 죽이기”라고 비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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