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화·야동 시청에 ‘쭉뻗’… 도시 망치는 ‘빌런들’ [부산을 바꾸는 에티켓]

입력 : 2024-09-10 18: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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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중교통

지하철서 소란·난동 등 비매너
지난해 부산 6152건 민원 접수
소음 공해 지적하다 다툼 일기도
양보·배려하는 문화 정착돼야

실내 흡연이 완전히 금지된 때가 2015년이다. 그 전에 식당에서도 담배 연기를 뿜어댔지만, 그런 모습은 일순 사라졌다. 시민 에티켓은 마음먹으면 나아지고,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대중교통이나 식당, 공연장, 시위 현장을 넘나드는 ‘에티켓 실종’을 경험한다. 이제라도 하나씩 고쳐 나가자. 에티켓은 삶의 질, 도시 브랜드, 도시 품격을 한꺼번에 높일 수 있는 길이며, 글로벌 허브도시를 꿈꾸는 부산이 더는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부산에 필요한 에티켓을 시리즈로 짚어 본다.


어디선가 신음이 들려온다. 오른쪽에 앉은 승객 휴대전화에 음란물이 떠 있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았는데 휴대전화엔 연결되지 않은 듯했다. 한동안 도시철도 같은 객차에 탄 승객들은 민망한 소리를 참아야 했다. 부산 시민 김 모(36) 씨가 최근 부산도시철도 2호선에서 경험한 실화다.

대놓고 야동을 보는 승객을 봤다는 시민 증언도 있다. 정치나 운동, 대중가요 같은 유튜브 영상을 보다 다른 승객과 시비가 붙는 사례는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다. 대학생 양 모(26) 씨는 “정치 유튜브는 유독 소리가 잘 들려와 그 승객 성향까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고 했다.

부산에서 대중교통은 에티켓이 가장 자주 실종되는 공간이다. ‘에티켓 민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란과 난동, 임산부 배려석 미준수, 마스크 착용 등이 포함된 ‘에티켓 민원’은 6152건이나 됐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는 마스크 관련 민원이 빗발쳤다. 2021년 1만 7628건, 2022년 1만 6358건 등이었다. 에티켓 민원은 부산교통공사 전체 민원의 평균 30~40%나 차지한다.

대중교통 내 비매너 행동은 개개인이 신경만 쓰면 쉽게 고칠 수 있을 것 같지만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는 점에서 좀체 개선되지 않는 문제다. 소음 공해는 가장 피해가 큰 행위로 꼽힌다. 큰 목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에게 승객 시선이 집중되고, 누군가 용기 있게 지적을 하다 더 큰 고성이 오가는 일도 흔히 벌어진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확인 차 지난 9일 오전 탑승한 부산도시철도 2호선 양산행 열차에서 큰 목소리로 통화하거나 대화를 나누고, 이어폰 없이 유튜브를 시청하는 승객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 일본영사관에서 2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한 A 씨는 “부산 특유의 정겨운 모습을 좋아하는데 일본 관광객이 도시철도를 타면 놀라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잘못된 탑승 자세도 쉽게 개선되지 않는 사례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전동차에서 다리를 쭉 뻗은 채 앉아 가는 이른바 ‘쭉뻗’, 다리를 꼰 채 자리에 앉는 ‘다꼬’ 승객 사진이나 비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른 도시에서는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시행한다. 인천교통공사가 지하철 비매너 행동을 개선하기 위해 전동차 바닥에 발바닥 모양 스티커를 부착했더니 다른 승객에게 불편을 주는 행동도 상당히 사라졌다고 한다.

승하차 매너나 백팩 에티켓 등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타고 내리는 문이 하나인 도시철도는 특히 승하차 관련 시비가 일기 쉽다. 내리는 사람이 먼저 하차하고 나서 타는 사람이 탑승하는 양보와 배려가 특별히 요구된다. 도시철도에서 백팩을 뒤로 메는 행동은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불편과 위협을 가하는 일이 된다. 앞으로 메기, 바닥에 두기, 손에 들기 등 작은 배려만으로도 가능한 백팩 에티켓은 오래전 생겨났지만 관련 시비는 여전하다.

한국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최재원 교수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도시철도나 버스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여전히 잦다. 서로를 배려하는 에티켓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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