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관세 인상 정책을 예고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2026년부터 전 세계 해운 수요가 10% 감소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항도 물동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나, 중국이 미국 대신 아세안과 유럽으로 수출 경로를 다변화하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트럼프 “중국산에 최대 60% 관세”
지난 8일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 해양산업정보센터가 발표한 ‘트럼프 2.0 시대와 해운산업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20% 보편적 관세를 적용하고, 특히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해진공은 2026년 트럼프의 관세 인상 정책이 본격화되면 전 세계 해운 수요가 약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부산항은 미·중 무역 경로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맡고 있어 환적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 부산항의 환적 물량이 제3국으로 이동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대미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베트남, 인도 등 새로운 교역 루트를 개척하면 운항 거리가 늘고 항로가 다변화되어 부산항이 유리한 입지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해진공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원자재 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무역 갈등의 장기적 영향을 대비한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돌아온 화석 연료… 친환경 난관
트럼프가 친환경 정책 대신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 선사들은 단기적으로는 운영비 절감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 친환경 규제에 적응하지 못해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지난달 국회에서 발표한 ‘미국 대선 이후 해양수산 분야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에너지 자급 목표를 위해 석유 채굴 규제를 완화하고 새로운 파이프라인 건설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석유·천연가스 생산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화석 연료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가 하락은 국내 해운사들에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친환경 선박 도입을 늦출 경우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0’을 목표로 하고 있다. KMI 관계자는 “친환경 정책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트럼프 이후 강화될 국제 규제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수산업계 영향은 제한적
트럼프 재선이 부산 수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수산물은 광어 등 일부 품목에 그치며, 전체 수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가 미국 수산업 보호를 위해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KMI 관계자는 “제3국 시장을 겨냥한 수산 식품 개발과 홍보 전략이 필요하며, 동남아와 유럽 시장을 목표로 한 수출 전략을 통해 대미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수산물의 품질 인증 강화를 위한 친환경 지표와 표준 인증제 도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