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주최한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한 한국 정부가 25일 사도섬에서 별도 추도 행사를 열었다.
한국 정부는 이날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사도광산 인근 조선인 기숙사였던 ‘제4상애료’ 터에서 조선인 노동자를 추도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추도식은 한국 유족 9명과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박 대사는 추도사에서 “80여 년 전 사도광산에 강제로 동원돼 가혹한 노동에 지쳐 스러져 간 한국인 노동자분들의 영령에 머리 숙여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면서 “80여 년 전의 아픈 역사가 계속 기억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이 진심으로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식 추도는 10여 분만에 끝났지만 추도식에 참가한 일부 여성 유가족은 행사 도중 감정이 북받치는 듯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한 유족은 "우리 부모님들이 고통받으셨던 현장을 잘 볼 수 있었다"며 슬퍼했다. 또 다른 유족은 "부모님을 모실 수 있게 됐다"며 "자손들이 부모님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애초 한국 유족과 정부 대표는 전날 일본 정부 주도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행사 전날인 23일 전격 불참을 일본에 통보했다. 추도식 일본 중앙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력 문제와 추도사 내용 등이 조선인 노동자 애도라는 행사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쿠이나 정무관은 전날 열린 추도식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강제성과 관련된 표현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일본 정부는 추도식에 한국이 불참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쿠이나 정무관의 파견 경위에 대해 “정부는 종합적 판단을 통해 외무성에서 홍보·문화와 아시아·태평양 정세를 담당하는 이쿠이나 정무관 참석을 결정했다”며 “문제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