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신춘문예-시조 심사평] 인간 숙명 기초해 튼튼하고 아름다워

입력 : 2024-12-31 17:26:33 수정 : 2024-12-31 21: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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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경 시조시인 정희경 시조시인

응모작들을 ‘신춘’과 ‘시조’에 방점을 두어 읽었다. 문학이 가진 보편성에 ‘신춘’을 더한다는 것은 시각은 현실에 두되 미래를 꿈꾸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완성미보다는 완성으로 가는 치열한 과정을 더 눈여겨보았다. 독립 장르로서의 시조가 가진 특성을 잘 반영하는가에 주목했다. 정형성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함축성과 절제미를 시조라는 형식에 잘 녹여내는가, 형식이 내용을 가두는 틀이 되지는 않는가 등에 집중해서 읽었다.

‘진공바다’, ‘일요일은 추가 버튼’, ‘커터 날의 13월’은 시대의 아픔을 농도 있게 노래했지만 각각 함께 응모한 작품들의 수준, 세밀한 표현, 장의 긴장감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해 끝내 내려놓았다. ‘빨간 볼펜 이후’, ‘어느 모텔 수건의 공식’ 두 편을 두고 많은 시간 고민하며 반복해서 읽었다. 두 편 모두 사물을 통해 주제를 이끌어가는 과정이 도전적이고 언어를 부리는 솜씨도 탁월했다. 다만 ‘빨간 볼펜 이후’는 조사나 어미 등으로 장을 연결함으로써 시조가 가진 응축성이 다소 부족했다.

당선작 ‘어느 모텔 수건의 공식’은 발상이 신선하고 세 수를 끌고 가는 응집력이 돋보였다. 어지러운 세상, 이질적인 세상, 혹은 무관심의 세상을 살아갈 소시민의 자세 혹은 공식을 모텔의 수건을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독자들이 ‘수건’의 의미를 확장해서 읽을 수 있는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시대성과 인간의 숙명을 기초로 하여 튼튼하고 아름답게 짓고 있는 집 한 채를 보는 느낌이었다. 부디 시조의 새봄을 여는 주역으로 치열하게 시조에 천착하길 기대한다. 심사위원 정희경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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