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대참사 이튿날, 전남 무안공항 대합실에 모인 이들의 눈은 전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자식을 잃고, 부모를 잃은 가족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이들의 통곡에 곁에 있던 이들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제주항공 참사 이틀째인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 공기는 무거웠다. 청사 1, 2층을 가득 메운 200여 개의 재난 쉘터에서는 울음이 새어 나왔고 사람들은 울음소리 사이를 발소리 죽여 걸어 다녔다.
유족들 대부분은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밤새 추가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이날 오전 3시까지 이어진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 참석했다. 비보를 접한 지 하루가 지난 유족들은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기 버거워했다. 넋을 놓고 대합실 의자에 앉아 있던 유족들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거나 어딘가로 전화해 “이제 어떻게 살아”라며 오열했다.
소식을 접하고 뒤늦게 찾은 친인척들은 아수라장 앞에서 말을 잃었다. 목포에서 온 이 모 씨는 “이제 서른인 조카가 사고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고 해서 제발 아니기만 바라며 왔는데 와서 보니 언니는 실신하고,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조카가 꽃다운 나이에…. 너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한때 여행객들로 가득 찼을 무안공항은 공항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1층 여행사 카운터 앞은 생수와 간식, 담요 등 구호 물품이 켜켜이 쌓였고 탑승수속 게이트에는 재난심리회복센터 현수막이 걸렸다. 축산 관계자 출국신고센터 데스크에는 탑승자 가족 지원상담 문구가 걸려있었다.
가족들은 내내 기다리던 신원 확인이 일부 이뤄진 후에도 시신 인도가 늦어진다는 소식에 더 답답해했다. 참사로 숨진 179명 중 140명의 신원이 잠정 확인됐지만 상당수 희생자의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각해 당국이 신원확인을 위해 가족과 DNA를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유족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열고 “사망자가 179명에 달해 물리적으로 시간이 소요될 듯하다”며 “국과수에 검안의를 추가로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수사 관계자 입에서 “시신 훼손이 심하다”는 말이 흘러나오자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거나 가족 이름을 부르며 애통해하는 모습도 있었다. 나 수사부장은 “최대한 온전한 시신을 찾아서 빨리 인도할 수 있도록 국과수와 협의했지만, (그럴만한) 온전한 시신이 거의 없다”며 “유족 대표가 솔직히 말해 달라 요청해 사실을 전한다”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 박한신 위원장은 “저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이뤄는지, 우리 형제, 가족들이 어떻게 누워 있는지 보고 싶어 어젯밤 3시 대표단 몇 분과 함께 냉동 검안실에 갔다”며 “시신이 훼손됐다는데 100중 남은 부분이 10%인지 30%인지 50%인지, 육안으로 확인이 되는지 안 되는지 그런 게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발 빨리 인력을 충원해서 내 형제, 부모, 가족들을 조금이라도 더 온전한 상태로 우리 품으로 보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전남 무안=변은샘·김현우 iamsam@busan.com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