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바뀌자 교사도 학생도 달라졌다
입력 : 2019-05-21 10:21:13 수정 : 2019-05-21 10:36:51
부산 구서여중은 1학기부터 모든 교실의 학생이 서로 마주 보고 교사가 교실 한가운데로 이동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단행했다.“선생님이 교실 한가운데로?”
부산 금정구 구서여중은 이번 학기부터 파격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칠판을 바라보고 줄줄이 놓여 있던 전통적인 책걸상 배치를 엉뚱하게도 ‘ㄷ’자 모양으로 바꾼 것. 시험 시간을 제외한 모든 수업이 변화된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구서여중 ‘ㄷ’ 형태 책걸상 배치
교사·학생 간 물리적 거리 줄자
토의·토론식으로 수업도 달라져
“질문하고 답하는 게 자연스러워”
일부 다행복학교에서는 교사 재량에 따라 책상 배치를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 중학교에서 모든 학급의 책걸상 배치를 일괄변경한 건 부산에서 구서여중이 처음 시도하는것이다.
아이디어를 낸 건 지난해 부임한 변민희 교장이다. 변 교장은 “구서동은 학생 수준은 높지만 공교육 신뢰도는 떨어지는 지역”이라며 “보수적인 학교 조직을 바꾸고 학부모에게 공교육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수업을 바꾸는 게 가장 빠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방학 동안 교실 공간을 바꾸고 교사와 학부모 간담회를 통해 설득 작업을 하느라 변 교장은 어느 해보다 바쁜 겨울을 보내야 했다.

공간 혁신으로 구서여중은 교사가 교탁 뒤에서 나와 교실 한가운데서 수업하게 됐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의 시선이 모두 2~3m 안에서 서로 교차하게 된 셈이다.
겨울방학을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은 달라진 교실 풍경에 불평부터 쏟아냈다. ‘TV가 칠판 옆에 있어서 영상 수업 때마다 목이 아프다’ ‘선생님이 너무 가까이 와서 성가시다’는 직설적인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줄어든 교사와 학생 사이의 거리만큼 교실도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수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사라지고 ‘주목하라’고 다그치는 교사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일과가 끝나도 바닥에 쓰레기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구서여중 교사들도 칠판을 버리고 새로운 수업 방식을 모색하게 됐다. 교실 한가운데에서는 칠판을 이용한 식상한 수업으로 1시간을 버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정희태 수석교사는 “학생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확보하게 되면서 교사들이 프로젝트 위주나 토의토론식으로 수업 형태를 바꾸는 중”이라고 전했다.
3학년 이채영 양도 학교의 실험정신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서로가 한눈에 보이니까 질문을 하고 답을 하는 게 더 이상 쑥스럽지 않게 됐다”며 “당장 수업시간에 ‘주목하라’는 소리가 줄고 자는 친구도 없어졌으니 이런 변화도 환영할 만하다”며 웃었다. 글·사진=권상국 기자 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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