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는 ‘□□’다.
롯데 팬은 물론 KBO 리그 야구팬이라면 올 시즌 롯데 야구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단어를 잘 알 것이다. 바로 ‘기세’다. 롯데 투수 김상수(34)가 처음 언급한 ‘기세’는 올 시즌 롯데 야구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김상수가 ‘기세 창시자’라면, ‘기세’라는 손팻말로 롯데 팬들을 단숨에 사로잡은 ‘기세 응원 원조 팬’은 따로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최희정(32) 씨다. 최 씨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기세’라는 두 글자가 쓰인 손팻말 응원으로 부산 사직구장은 물론 롯데 팬이 있는 모든 야구장에 ‘기세’를 유행시켰다. 최 씨는 7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롯데의 올 시즌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시즌 끝날 때까지 모두 힘을 모아 기세 있게 응원해 보자”고 롯데 원조 팬다운 뜨거운 열정을 드러냈다.
최 씨는 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시즌 8차전 경기에 시구자로 나섰다. 롯데 구단은 ‘기세’ 손팻말을 처음 선보인 최 씨를 수소문해 찾았고, 최 씨를 롯데의 홈구장인 사직구장 마운드에 초청했다. 롯데는 7일 경기를 ‘기세 데이’라고 이름 붙였다.
롯데는 최 씨의 시구에 맞춰 선수단과 이날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기세’ 두 글자가 새겨진 응원 타월을 제공했다. 롯데 더그아웃 곳곳에는 기세 타월이 붙었다. 김원중과 나균안, 황성빈 등 롯데 선수들과 김평호 1루 주루코치 등은 기세 타월을 머리에 매고 이날 경기의 승리를 다짐했다. 최 씨는 기세라는 단어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라 ‘기세’ 손팻말을 보인 뒤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시구를 마쳤다.
최 씨가 ‘기세’ 손팻말을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달 12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와 KT의 경기였다. 최 씨는 롯데 자이언츠 유튜브 채널 ‘자이언츠 TV’에서 김상수가 ‘기세’를 언급한 것을 보고 손팻말을 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최 씨는 “김상수 선수가 기세라는 말을 하는 순간 2008년도 당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노 피어(No Fear)’가 떠올랐다”며 “'노 피어’만큼 간단명료하면서도 롯데 야구를 울림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기세’라고 판단해 손팻말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곧장 컴퓨터를 켜 A4 용지 4장에 ‘HY 견명조체’ 서체를 활용해 ‘기세’ 손팻말을 제작했다. 최 씨는 KT와의 3연전 내내 매일 손팻말을 들고 롯데의 승리를 응원했다. 최 씨의 진심 어린 응원 덕분인지 당시 롯데는 KT와의 3연전에서 2승 1패를 거두며 위닝 시리즈를 거뒀다.
최 씨는 ‘기세’ 응원이 이렇게 롯데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을 줄 몰랐다. 당시 TV 중계 화면에 매일 찍히기는 했지만 롯데 야구를 말하는 키워드가 될 줄은 몰랐다.
최 씨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기세' 응원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 찍혔다는 말을 듣고 ‘살짝 히트작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크게 웃었다. 최 씨는 “KT 3연전 이후에 롯데 경기가 있는 구장마다 기세 손팻말이 등장하는 것을 보며 많이 놀랐고, 이제 올 시즌 롯데 야구를 표현하는 대명사처럼 되는 모습을 보고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미소 지었다.
최 씨는 부산이 고향인 ‘원조 롯데팬’이다. 현재는 서울에서 금융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최 씨는 올 시즌 전국 야구장 투어를 목표로 롯데의 경기가 있는 곳이면 부산 사직구장은 물론 잠실, 고척, 대전, 대구 등 전국 곳곳으로 다니고 있다. 그 여정엔 언제나 ‘기세’ 손팻말이 동행한다.
최 씨는 올 시즌 롯데의 가을야구 진출과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최 씨는 롯데 선수단이 끝까지 힘을 내서 현재의 뜨거운 기세를 이어가길 희망한다. 최 씨는 “오랫동안 롯데 야구를 봐 왔지만, 정말 롯데의 기세는 남다르다”며 “이제 곧 더운 여름이 다가오는 데 롯데 선수들이 지치지 않고, 끝까지 지금의 이 기세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냈다.
최 씨는 ‘기세’ 응원에 동참한 전국의 롯데 팬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최 씨는 “롯데의 올 시즌 기세는 쉽게 안 꺾인다”며 “한두 경기 결과에 좌지우지하지 말고,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힘내서 꼭 가을야구 진출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낼 수 있도록 끝까지 응원하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