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노사 갈등에 따른 파업과 직장폐쇄 여파를 버티지 못하고 1분기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공장의 가동이 정상화하는 2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경기 침체와 미국발 관세 리스크는 여전히 현대제철의 불안 요소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1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추정치)는 153억 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이익 558억 원)에 비해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올해 2월부턴 노조의 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 등으로 격화한 영향이 컸다. 당진과 인천, 순천공장에서 일부 설비가 가동 중단되면서 판재류 등의 판매량이 줄었다.
임단협에서 노조는 현대차(기본급 500%+1800만 원) 수준의 성과급을, 회사는 기본급 450%+1000만 원을 제시하며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지난 15일 기본급 450%+1050만 원 선에서 마무리됐다.
현대제철 실적 부진의 또 다른 이유는 판재류와 봉형강 등 주력 제품의 업황이 회복되지 않은 데 있다.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제품의 판매 가격이 내려갔고 스프레드(판매가에서 원가를 뺀 마진) 하락으로 이어졌다.
2분기부터는 다소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차질이 해소되면서 판매량 회복이 기대되고 주로 건설산업과 밀접히 연계된 봉형강 사업이 성수기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중국산 후판에 내린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도 4월 24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어 국내 업체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증권업계가 예상하는 현대제철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215억 원으로 전년 동기(980억 원)에 비해 24.1%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현대제철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건설업의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90일간 유예되긴 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부과 여파도 시한폭탄이기 때문이다.
노사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남아있다. 현대제철은 철강업 시황 악화 등을 고려해 최근 희망퇴직을 받고 있고 4월 한 달간 인천제철소 철근 공장을 가동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미국에선 현지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선 일자리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노사 간 불협화음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관세 폭탄 등 철강업을 긍정적으로 볼 요소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현대제철이 8조 원이나 들여 투자하겠다고 밝힌 미국 제철소와 관련한 시장의 우려 역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