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통신사행렬이 올해 한일 수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특별하게 열린다.
부산문화재단은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동안 부산 원도심(광복로), 북항, 조선통신사역사관, 용호별빛공원 일대에서 2025 조선통신사축제를 연다고 밝혔다. ‘함께 이어갈 내일’이라는 주제로 진행될 올해 축제는 전통과 현대를 융합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기존 원도심 행사 외에도 1부두, 북항친수공원, 용호별빛공원, 해운대 APEC하우스 등 부산 전역으로 축제장이 대폭 확대됐다.
축제의 가장 하이라이트인 조선통신사행렬 재현은 올해는 특별히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오는 26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기존에 활용했던 광복로에서 약식 행사를 연 후 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 북항 1부두에서 북항친수공원까지 시민 시민 500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재현 행사가 열린다. 과거 조선통신사의 출항지라는 역사적 의미부터 현재 국제 여객선의 출항지를 서로 잇는다는 상징성과 글로벌 해양도시, 부산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함께 담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올해 조선통신사행렬재현의 정사 역은 2001년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 철로에서 일본인을 구하려다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고 이수현씨의 어머니, 신윤찬 LSH아시아 장학회 명예회장이 맡아 한일평화의 의미를 담았다. 부사는 공주대 윤용혁 명예교수(조선통신사문화교류협의회 부회장), 종사관은 동의대 이재훈 연구교수(조선통신사학회 회원)가 각각 맡아 가마에 오른다.
한일 수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특별한 해인만큼 9년 만에 일본의 공연팀인 ‘쿠로사키 기온야마가사’가 부산을 찾아 일본의 문화 유산과 거리 행렬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26일 오후 7시부터 북항친수공원의 아름다운 야경에서 일본팀의 야외 공연이 열린 후 동구청이 조선통신사를 테마로 한 드론쇼가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조선통신사와 관련이 깊은 동구의 영가대, 조선 통신사 뱃길, 성신교린 등 메시지가 수십여 대의 드론으로 밤하늘을 수놓는다.
축제 첫날인 25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APEC하우스에서 조선통신사학회와 연계해 학술심포지엄이 준비돼 있다. 양국의 학자들이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토론을 통해 조선통신사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학술 대회 이후 개막식과 환영의 밤 등 행사가 줄줄이 이어진다.
26일은 메인 행사인 조선통신사행렬 외에도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26일과 27일 조선통신사역사관에서는 ‘조선통신사 탐험대’라는 체험 행사가 열린다. 교육과 퀴즈, 영상과 먹거리, 포토부스, 야외 공연 등이 준비돼 있다. 북항친수공원에서는 오전 10시부터 부산문화재단 문화교육팀이 준비한 야외도서관이 차려진다. 통신사 관련 도서를 읽을 수 있고 영상 자료도 상영된다. 토크 콘서트, 버스킹 공연 등 문화 행사도 준비돼 있다.
오는 27일은 복원된 조선통신사선이 실제로 일본으로 항해를 떠나는 날이다. 오전 10시 범어사에서 조선통신사선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기원제가 열리며 오후 3시 부산 남구 용호별빛공원에서 조선통신사선 출항식이 열린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이날 부산에서 출항한 배는 처음으로 200년 전 조선통신사선 목적지였던 일본 오사카까지 항해할 예정이다.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여 년간 12차례 일본에 파견된 과거 조선통신사는 배편으로 오사카까지 간 뒤 오사카부터 오늘날 도쿄인 에도까지는 육로를 이용했다. 올해 오사카행이 성사되며 조선통신사 뱃길을 완전히 복원한다는 큰 의미가 있다.
부산문화재단은 최종 목적지가 오사카가 아니라 수로로 오사카에 도착한 후 육로로 일본의 도쿄까지 이동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일본 도쿄 한복판에서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이 재현되면 200여 년이 지난 2025년에도 문화를 통한 평화 구축과 한·일 문화예술인 교류가 완성되는 셈이다.
올해 조선통신사선의 오사카행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난해부터 긴밀히 협의했으며 오사카에 도착한 조선통신사선은 다음 달 13일 오사카엑스포 한국의 날 행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엑스포 행사장에서 열리는 한국의 날 행사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이 펼쳐질 계획이며, 부산에서 100여 명의 행렬 재현단이 이날 오사카를 방문하게 된다.
이외에도 국립부산국악원과 연계한 조선통신사 대표 공연 작품인 무용극 ‘춤, 조선통신사 유마도를 그리다’가 25일과 26일 국악원 연악당에서 펼쳐진다. 이 작품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통신사의 여정을 그려낸 소설 <유마도>(원작 강남주)를 모티브로, 통신사 사행길에 오른 무명 화가 변박이 그린 그림 ‘유마도’의 비밀을 파헤쳐 가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 2019년 초연 이후, 전석 매진의 기염을 토했고, 역동적인 군무와 역사적 배경을 녹여낸 무대미술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부산문화재단 오재환 대표이사는 “조선통신사 축제는 성신교린(誠信交隣·성실과 믿음으로 사귄다)과 평화의 정신이 깃든 부산 시민의 축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통신사가 해양성에 기반한 부산의 정체성을 잘 담고 있어 축제를 통해 글로벌 해양도시 부산의 비전과 연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