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는 최근 '후보 배우자 TV 토론회' 필요성을 앞세우며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을 이어가는 등 김 후보와 비슷한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는 배우자 검증에 선을 긋고 자극적인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이 후보와 비슷한 신중론을 택한 모양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설 여사는 배우자 개별 행보를 이어가면서도 언론 인터뷰로 '고공전'에도 힘을 주고 있다. 김 여사에 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설 여사는 특히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대통령 후보 배우자 TV 토론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민주당을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설 여사는 전날 국민의힘 여성본부 필승 결의대회 이후 TV토론에 대한 질문에 "국민이 원하고 (후보 배우자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얘기할 수 있다"며 "국민의 알권리 입장에서 보면 (TV토론을) 해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대편이 거부하거나 반대한다면 이뤄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설 여사는 영부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18년간 영부인으로서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으셨던 육영수 여사를 말할 수 있지만, 현대에 와서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설 여사는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배우자 육영수 여사를 닮고 싶은 영부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매운맛' 발언을 이어가는 김 후보처럼 설 여사도 '뼈 있는 발언'을 자주 한다는 평가다. 설 여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후보의 법인카드와 관용차 유용 의혹을 정조준했다. 설 여사는 "절대 그런 게 용납이 안 된다.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내부 규정이 굉장히 까다롭고, 우리는 (그 규정)에 준해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관용차 의혹에 대해서도 "(후보) 본인도 저도 떳떳하다"며 "관용차는 공적으로 (일을) 마치면 도청에 다시 입고가 돼야 한다. 저희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후보 집에 (관용차가) 주차됐다는 건 전혀 생각할 수가 없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설 여사와는 달리 김 여사는 비교적 차분한 발언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침대 축구' 전략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최소화하고 상대 후보 비판 발언을 자제하는 등 신중한 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약집 또한 대선 직전에 발간하면서 공약 검증 기회마저 차단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국민의힘에게 공세의 빌미를 내주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김 여사는 조용히 '민심 챙기기'에 올인하고 있다. 김 여사는 전날 전남 목포에서 세월호 선체가 안치된 신항을 찾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날 일정은 사전에 언론에 알리지 않은 비공개 행보였다. 이어 김 여사는 사회복지법인 공생원을 방문했다.
김 여사는 국민의힘이 제안한 후보 배우자 TV 토론회 제안을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대신 민주당이 "배우자 토론을 하자는 건 황당하고 해괴한 제안", "윤석열 정부에서 김건희 여사가 적극 개입하지 않았나. 배우자가 정치할 건가" 등의 비판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만일 배우자 토론회가 이뤄진다면 국민의힘에게 선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후보 배우자 토론회 거절에 지난 대선 당시 김 여사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 논란이 불거지자 김혜경 여사는 '저를 포함한 무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여사는 당시 "대통령 옆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배우자)에 대해서는 무한 검증해야 한다. 그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하고 그 부분에 있어선 후보나 주변 사람들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검증 대상에 가족도 포함된다며 "물론 그 배우자인 저도 들어간다. 대통령이라는 큰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한 검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