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이 가시화하면서 해수부가 해운·항만·수산 분야 외에 조선해양플랜트·국제물류 등 관련 분야 관할권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방식의 업무 확대가 이뤄져야 해수부가 단순한 정부 부처 지방 이전을 넘어 해양 산업 발전을 제대로 주도할 수 있게 된다는 취지다.
8일 지역 해양 산업계에 따르면 조선해양플랜트 관련 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과가 맡고 있다. 기계로봇제조, 자동차, 엔지니어링디자인, 첨단민군혁신지원과 등과 함께 산업부 산업정책실 제조산업정책관이 관할하는 5개 과 중 하나다. 인접한 첨단산업정책관 산하에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섬유탄소나노, 디스플레이가전 등 핵심 산업이 있고, 다른 국실 규모 조직이 담당하는 업무로 에너지, 자원, 원전, 통상, 무역, 경제자유구역, 기술표준 등이 있다. 산업부는 차관만 2명일 정도로 업무 범위가 방대하다. 지난해 예산이 추경 포함 12조 5000억 원에 이르렀다. 해수부는 고작 절반 수준인 6조 7441억 원에 그쳤다.
지역 업계 관계자는 “다른 주요 산업도 많아 조선해양플랜트 분야 하나 이관한다고 산업부에 큰 타격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 고위 공무원 출신 인사는 “조선해양플랜트과에서 하는 조선 관련 업무는 ‘빅3 조선사’를 관할하는 업무가 거의 대부분”이라며 “선박의 전체 생애 주기로 보자면 연구개발(R&D), 발주·운용, 해외 협력 등 대부분의 업무를 해수부가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 산업계는 해수부가 부산에 오면 부울경에 뿌리가 깊은 조선·해양 플랜트와 조선기자재 산업의 혁신적 발전을 위해서도 조선 관련 업무를 맡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3대 조선사가 모두 부울경에 자리하고 있으며, 2020년 5월 기준 한국조선해양기자재협동조합(KOMEA)의 249개 회원사 중 50곳을 뺀 199곳이 부울경(부산 135곳, 경남 52곳, 울산 12곳)에 있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조선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수부와 산업부는 조선·해운 상생 기조 아래 업무 분담과 협력을 원활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해운산업과 연관이 깊은 국제 물류 분야도 해수부가 관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입화물 99.7%를 해운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물류 구조 상 해운을 벗어난 물류가 불가능하고, 최근 미중 패권 전쟁으로 공급망 전체에서 해운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커지는 상황이어서 해수부가 국제 물류 전체를 담당해야 물류 안정성 확보와 경쟁력 제고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극항로 등 국제 환경 변화로 앞으로는 단순한 해운 환적을 넘어 해운과 항공, 해운과 철도 등 복합물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국제 복합물류 서비스 개발과 수요 발굴 등의 업무를 하려면 해운 주무 부처인 해수부가 국제물류를 맡아야 한다는 제안이다.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 물류업체를 대상으로 국제물류 협력과 물류기업 해외 진출 지원 등의 업무를 국토부가 하는데, 국내와 해외 물류를 구분해 관할 부처가 나뉘면 국내 업체들의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발전협의회 박인호 공동대표는 “이왕 정부 부처 지방 이전이라는 큰 결심을 한 마당에, 국가 예산 1% 수준의 해수부가 그대로 부산에 오는 것 보다는 연관 산업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수부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