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밤 10시 30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바닷바람이 불어오는데도 공기는 후끈했다. 전날 밤 기온이 26도를 넘기며 7월로는 111년 만에 가장 이른 열대야가 관측되면서 광안리 밤바다는 더위를 피해 나온 인파로 늦은 시간까지 붐볐다. 해변을 따라 걷는 사람, 테라스에 앉아 식사하는 사람, 가볍게 조깅을 하는 사람들까지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이날 오후 11시 기준 부산의 기온은 25도, 체감온도는 28도였다. 아직 본격적인 더위는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여름 장마가 ‘마른장마’로 끝나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여름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민락수변공원 인근에 자리한 빙수 가게는 오후 11시를 훌쩍 넘긴 시간까지 빙수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딸과 함께 빙수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김혜미 씨는 “빙수 주문이 많아 어제부터 오전 1시까지 가게를 연장 운영하고 있다”며 “평소에는 오후 10시 이후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11시에 문을 닫는데, 요즘은 열대야 탓인지 오후 8시부터 마감 직전까지 숨 돌릴 틈이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시민들도 많았다. 회사원 한민서(26) 씨는 “낮엔 너무 더워서 강아지를 데리고 나올 엄두가 안났는데, 해가 지고 나서야 겨우 나왔다”며 “사람도 많고 불빛도 있어서 밤 산책도 꽤 괜찮고 더운 날씨에 기분 전환하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광안리 거리 상권도 덩달아 활기를 띠었다. 야외 테라스가 있는 음식점과 카페는 20~30대 손님들로 북적였고, 테이블에 앉아 치킨과 맥주를 나누는 가족·연인 단위 손님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 해변가로 향하는 손님들도 줄을 이뤘다.
이날 오후 11시 부산 해운대구 기준 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의 배달 인기 순위에서는 화채가 5위를 기록하며 다른 야식 먹거리들을 제쳤다.
같은 시각 해운대해수욕장에도 열대야를 피해 나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퇴근 후 직장 동료와 맥주를 즐기던 한 30대 남성은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 올해는 6월부터 유난히 밤이 덥게 느껴져서 바닷가에서라도 시원함을 느끼려 나왔다”며 “여름밤 이렇게라도 더위를 피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해운대시장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사장은 “연일 폭염이 이어지다 보니 집에서 요리를 하는 걸 꺼리는 손님이 많다”며 “특히 저녁 무렵에는 외식이나 포장 수요가 부쩍 늘었고, 평일 밤에도 주말처럼 가게가 북적여 매출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밥에 냉우동 같은 비교적 시원한 메뉴가 인기”라며 “날이 더울수록 장사는 잘되는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박수빈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