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문화] 風磬(바람 풍/경쇠 경)

입력 : 1998-02-28 00:00:00 수정 : 2009-02-14 18:34:43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수행자의 나태함을 경계하기위해 달아두는 것

인적이 드문 산사(산사)에서 풍경(풍경)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마음이 파르르 떨리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종이나 북과는 달리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바람을 좇아 스스로 울리는 것이 풍경이다.그러기에 풍경 소리에는 영혼의 울림같은 것이 있다.

풍경은 대개 사찰 건물이나 불탑의 추녀 끝에 달아둔다.이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매한가지이다.다만 우리는 주로 풍경이라고 부르는 반면,중국과 일본에서는 풍령(풍령)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풍경은 이밖에 풍금(풍금) 풍쟁(풍쟁) 풍탁(풍탁) 철마(철마) 마(첨마) 령(첨령)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지기도 했다.

풍경의 경은 옥(옥)이나 돌로 만들어진 악기를 말한다.그런 때문으로 정약용은 아언각비 에서 우리나라에서 이를 풍경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쇠로 만든 것에 령(방울 령) 대신에 경을 붙였으니 그런 의문을 제기할 만도 하다.

풍경은 수행자의 나태함을 경계하는 뜻에서 달아두는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짐승의 접근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풍경의 방울에는 대개 물고기 모양의 쇠를 달아둔다.풍경에 설령 짐승의 접근을 막는 기능이 있다 하더라도,이를 달아두는 주된 목적은 수행자를 일깨우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물고기는 잘 때에도 눈을 감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수행자도 물고기처럼 늘 깨어 있으라는 뜻에서 물고기 모양의 쇠로 종을 치는 형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백장청규 (백장청규)에 의하면,절에서 물고기 모양의 목어(목어)를 두드리는 것 역시 수행자의 잠을 쫓고 혼미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함이라고 한다.스님의 수행을 돕는 목탁(목탁) 역시 목어가 변형된 것이므로,둥글기는 하지만 긴 입과 둥근 두 눈을 가진 물고기의 형상을 하고 있다.

송(송)의 시인 장 (장뢰)는 "밤 깊고 달 높다란데 풍경소리 울려오고/목어는 나를 불러 깊은 잠을 깨우도다"라고 읊은 바 있다.언제나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와 이를 본뜬 풍경,그리고 목어와 목탁.산사에 있지 않으니 그 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행여 영혼으로 이 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면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 수 있으리라.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