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인 가정폭력의 첫 조짐은 주로 '결혼 2년 이내'에 나타나며 성격차이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 상습적인 가정폭력 행위자의 대부분이 주1회 이상의 음주 습관을 갖고 있어 가정폭력과 음주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산여성의전화(대표 박혜영)는 6일 법원의 가정보호사건 보호처분 중 상담위탁 명령을 받은 상습적인 가정폭력 행위자(남편)와 배우자(아내)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가정폭력 행위자 상담위탁 교육 자료집'에서 이같이 밝혔다.
자료집에 따르면 가정폭력의 주요 원인에 대해 남편과 아내의 절반 이상이 '성격차이'를 꼽았으며 다음으로 경제 문제와 외도 등을 지목했다. 그러나 남편의 경우 아내 구타에 대해 5.6%가 '이유없이 폭력을 휘둘렀다'고 답변,폭력의 습관성을 드러냈다.
특히 폭력의 이유 중 '음주'에 대한 비중이 남편의 경우 5.6%에 그쳤으나 아내는 3배가 넘는 18.2%에 달해 대조를 보였다. 이는 남편이 술에 취하면 무의식적으로 아내를 폭행했다는 뜻으로 술과 상습적인 가정폭력의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폭력 행위자인 남편의 음주 정도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72%의 남편이 주1회 이상 술을 마셨다고 응답했으며, 그중 10%는 매일 술을 마셨고 70%는 주2~3회의 음주 습관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직업은 회사원이 전체의 40%로 가장 많았으며 자영업(33%) 노무자(13%) 운수업(7%) 무직(7%) 등 순으로 조사됐다. 학력은 고졸과 대졸이 전체의 86%를 차지했으며 연령별로는 △30대 26% △40대 47% △50대 20% 등의 분포를 보였다. 결혼 연수별로는 6~10년이 33%로 가장 많았으며 1~5년과 16~20년도 각각 20%를 차지했다. 결혼한 지 26년 이상된 노부부도 전체의 13%나 됐다.
이에 따라 상습적인 가정폭력은 연령과 결혼 연수에 크게 관계없이 폭넓게 이뤄진 반면 학력은 높을수록 두드러지는 현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법원 명령에 의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가족강화 프로그램(가정폭력 행위자의 상담위탁 교육)'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내의 54% 이상이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남편도 87%가 '폭력행위가 줄었거나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특히 아내는 신체폭력에 대해 69%가 '줄었다'고 응답했으며 언어폭력은 54%, 부부갈등은 61%의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부산여성의전화 손연주 가족강화프로그램 상담실장은 '가정폭력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부분이 결혼초에 시작되고 습관적인 성향을 보였다'며 '그러나 조기에 가족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을 받는다면 개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백현충기자 choong@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