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초등 - 건설사 분쟁 법원 강제조정

초등학교 일조권이 3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고층아파트 건물이 햇볕을 가려 학부모들이 일조권 찾기에 나선 부산 북구 화명동 용수초등학교 사태가 아파트 공사중지가처분 신청과 이의신청 등 법적 분쟁을 거듭해오다 법원의 강제조정에 따라 일단락될 전망이다.

26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이기중)는 최근 용수초등학교 일조권 문제를 놓고 시교육청과 건설사 간에 벌어진 법적 공방에 대해 '건설사는 학교에 각종 시설물 설치와 장학금을 지급하고 시교육청은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를 하지 말 것'을 뼈대로 한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운동장에 그림자가 지는 만큼 학생들이 운동할 수 있는 다목적 강당을 신축하고,난방 및 조도 유지를 위한 전기료,장학금 등 약 30억원의 비용을 건설업체가 부담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강제조정 결정은 법원이 지난 6월 용수초등학교와 인접해 건설 중인 쌍용·대림아파트에 대해 학교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층수를 제한하는 결정을 내리자 건설사 측이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분양자들이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양 측이 오는 29일까지 별다른 이의신청 없이 법원 결정을 받아들일 경우 이번 강제조정 결정은 법적효력을 발휘하게 되고 용수초등학교 일조권 사태는 1년6개월여 만에 마무리된다.

이번 결정은 법원이 학교시설에 대한 일조권 침해와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으로 현재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성서초등학교 등 일조권을 놓고 공방이 빚어지고 있는 유사한 사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 교육청은 학교 일조권 침해에 대한 배상규모가 법원재판 역사상 최고액인 30억원(교육청 추산)에 달하는 데다 앞으로 수년에 걸쳐 법적분쟁을 벌이더라도 그 결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번 강제조정을 따를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일조권 확보를 위해서는 층수 제한이 직접적인 대책이나,이번 용수초등학교의 경우 층수 제한이 아닌 강당 신축 등 우회적 해결책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주환·김영한기자 kim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