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삼의 잊을 수 없는 음악인] <31> 부산 피아노 트리오 ①

입력 : 2004-10-27 09:00:00 수정 : 2009-01-12 08: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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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향 악장 김진문·첼로 수석 배종구

부산 피아노 트리오 연주장면.

1970년 초여름에 두 사람이 대연동 집으로 나를 찾아왔다. 부산시향 악장 김진문(金鎭文)과 첼로 수석이었던 배종구(裵鍾求)였다. 용건은 다름이 아니라 피아노 트리오를 같이 해보지 않겠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 두 사람은 바이올린과 첼로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중견이었을 뿐만 아니라 김진문은 마산중학 시절의 제자이기도 하였고 배종구는 유치환(柳致還) 교장의 매제인 관계로 서로 호의적인 사이였기 때문에 서로 의기투합하는데 별로 어려움은 없었다.

그 결과 우선 그 해 12월에 첫 연주를 갖기로 하고 곡목은 드보르자크의 '둠키(Dumky)'를 중심으로 하여 라프의 '카바티나' 슈베르트의 '음악적 순간' 그리고 하이든 작곡의 트리오 제2번 G 장조 등으로 정하였다.

연습은 동대신동에 있었던 배종구씨 집에서 또는 김진문의 스튜디오에서 하였다. 연습을 마치면 주일배(酒一杯) 하면서 환담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고 배씨의 부인 유치선씨의 음식 솜씨도 일품이었다. 가곡 반주는 그동안에 수없이 많이 해 봤지만 피아노 트리오는 뮤직클럽 당시에 배도순 장규상 김준덕 등과 한 이후 트리오만의 본격적인 음악회를 꾸리기는 처음이었기에 연습에 열을 올렸다.

그렇게 하여 드디어 12월 12일 대청장 예식장 홀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당시에 유일한 피아노 트리오였기 때문에,또 '둠키'가 갖는 음악적인 매력 때문에 모두 호평해 주였고 이상근 교수는 12월 17일자 국제신보에서 '음악성 두드러진 가연(佳演)'이라는 제목으로 호평해 주었다.

대청장 예식장 홀은 홀의 크기도 알맞았고 야마하 G3 그랜드 피아노가 비교적 좋은 상태여서 모두가 선호했던 홀이었다. 시민회관이나 문화회관이 건립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남성여고 동광초등학교 등 학교 강당을 제외하고는 이 홀이 가장 많이 선호될 수밖에 없었다. 거의 대부분의 리사이틀 콘서트가 여기에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홀은 부산 초창기 음악의 역사적 증인으로서 길이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며 그런 운동을 지금부터라도 일으켜 볼 만한 일인 것 같다.

실은 부산 피아노 트리오는 1964년에 피아니스트 구요한(具耀翰)과 제1회 창단 연주회를 가졌으나 구요한씨가 서울로 가는 바람에 중단되어 있었던 것이 부활한 셈이었다. 통산 제3회 연주는 74년 4월 2일,새부산 예식장 홀에서 개최하여 베토벤 트라오 제3번(C단조)과 슈베르트 트리오 Bb장조,그리고 부산작곡가 조희주(趙羲周)씨 작품을 연주하였다. 조희주는 현재 부산대 교수이며 당시 중고등학교에 있으면서 제3회 서울음악제에 입선경력을 가졌고 72년 창악회(創樂會)에서도 발표한 유망한 신인이었다.

제4회는 같은 해 12월 17일에 제일예식장 홀에서 열렸다. 하이든의 제2번과 스메타나의 작품15 G단조,그리고 금년 여름에 경성대에서 정년퇴직 한 최인식씨의 트리오 '콘트라스트'를 연주했다. 최인식도 이때는 유망한 신인에 속했던 것이다. 스메타나의 경우,그 곡상의 스케일이 크면서도 체코의 민족적 정서가 두드러져 청중들도 만족한 듯했고 연주한 우리들도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이상근교수도 국제신보에서 '중량감 있는 열연,안정된 앙상블'이라고 호평해 주었다.

제5회는 75년 6월 20일에 다시 제일예식장 홀에서 모차르트의 트리오 제2번 Bb장조,'둠키' 그리고 멘델스존의 제1번 D단조를 연주했는데 멘델스존의 끝악장은 피아노부분이 너무 빠르고 까다로워서 혼이 났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후로는 배종구씨가 동아대로,필자가 부산대로 각각 옮겨 강의에 쫓기다 보니 트리오 활동이 중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