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만(Dammann) 기타는 세계 최고의 명기입니다. 세계 3대 기타리스트 중 마누엘 바루에코,데이비드 러셀이 이 악기를 사용하고 있지요. 다른 기타와는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늘 담만 기타를 꿈꾸었는데,소중한 분의 도움으로 이제 한국에서 유일하게 제가 이 기타를 갖게되었습니다."
독일 라이프치히대학에서 기타 유학을 마치고 2003년 귀국한 부산의 대표적 클래식 기타리스트 고충진(40)이 '담만에의 꿈'을 활짝 꽃피웠다. 그의 표정도 더불어 환해졌다. 독일 최고 기타연주자에서 기타 제작자로 돌아선 마티아스 담만의 기타,지금 주문하면 족히 10년은 걸린다는 꿈의 기타를 마침내 품에 안은 것이다.
기타리스트 고충진과 담만의 행복한 만남을 주선한 이는 정영섭(43) 은백한의원 원장이다. 무형문화재 고 만봉 스님의 '극락도'가 내걸린 진료실에서 그를 만났다. "연주회를 통해 자주 만나는 고 선생이 좋은 기타를 봤는데,참 갖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얼마쯤 하나,물어나 보라고 했지요. 좋은 연주자에게 좋은 악기를 인연맺게 해주는 일은 빚을 내어서라도,앞으로 벌어가면서 차차 갚아나가더라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정 원장의 배려로 3천만원을 호가하는 담만 기타가 고씨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이제 스위스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부산대 앞 카페 '샬레스위스'로 가보자. 요들송이 알프스의 낭만을 실어나르는 이곳도 최근 들어 물 건너온 새 악기들을 부려놓았다. 과거 '샤니케익' 광고에서 보이던 긴 나팔인 알폰과 요들전용 아코디언,카우벨 등이 스위스에서 지난 2월 부산에 상륙한 것이다. 이 또한 1천만원 이상을 선뜻 내놓은 정 원장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주자와 악기를 인연 맺도록 배려하는 것은 오래된 메세나(Mecenat)의 전통이다. 문화예술 등에 대한 지원 활동을 뜻하는 메세나는 한 사회의 문화예술의 성숙을 재는 바로미터인데,부산지역의 메세나 활동이 지극히 부진한 것은 문화불모지라는 오명과 곧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지역문화계의 중론이다.
"저 스스로 좋은 음악을 듣고 싶었지요. 더불어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면 세상 또한 얼마나 좋아지겠습니까. 좋은 문화를 만나 내가 건강해지면 이웃과 사회도 행복하게 됩니다. 나의 건강이 이웃 건강의 바탕이 되지요. 그러면 사회의 범죄율도 떨어지고,국가적 경쟁력도 제고되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 기업이 메세나 활동에 보다 적극적이어야겠지요. "
정 원장은 악기 지원뿐만 아니라 소프라노 조수미,피아니스트 백건우 등의 부산 공연에도 스폰서 역할을 해왔다. 나아가 음악회도 직접 열어왔다. 지난해에는 선동의 회동수원지에서 호반음악회를 열었고,몸담고 있는 단체의 행사 때에도 오프닝 음악회를 열어 분위기를 문화적으로 가꾸기도 했다.
"건강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건강길잡이가 한의사로서의 제 꿈입니다. 건강하려면 문화 예술 체육 등 모든 부문들이 행복한 방향으로 한데 어우러져야 합니다. 그것이 바른생활건강법입니다. 헬스타운 헬스시티 헬스코리아 헬스월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의 조력이 절실히 요청됩니다."
임성원기자 forest@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