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in&out] <35> 산은 산이요, 봉은 봉이로다

입력 : 2009-10-15 15:36:00 수정 : 2009-10-16 13: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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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의 웅석봉을 찾았을 때 해발 1,000m가 넘는 데다 주변에 뚜렷한 다른 봉우리도 보이지 않는 이 산이름을 웅석산이라 하지 않고 왜 웅석봉이라 했을까 궁금했다. 궁금증이 더 나아가자 산과 봉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도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을 찾을 때 우리는 딱히 어디가 '이 산이다' 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천왕봉이나 대청봉을 정상이라고 하면서도 이 봉우리를 지리산이나 설악산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그 산이 하나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산과 봉 이외에도 속리산 문장대, 설악산 비선대와 같이 산이름에 대를 쓰는 경우도 있다. 봉보다는 낮은 산의 정상에 붙이는 것이 대라고 하지만 여기에도 역시 정해진 기준은 없다. 북한산의 정상을 백운대라고 하는 것을 보면 봉과의 구분도 애매해진다.

정리를 하면 여러 봉우리로 이뤄진 산은 봉우리마다 봉이나 대를 붙인 이름이 붙고 홑산은 그 하나의 봉우리에 산의 이름이 붙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어디까지를 끊어 하나의 산으로 봐야 할까. 옛 산줄기 족보인 산경표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전국의 산줄기는 서로 엮여 있다. 물론 마루금이 약해진 구간을 끊어 산을 구분할 수 있겠지만 산을 조금이라도 타 본 이라면 이 작업도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웅석봉의 경우로 보면 홑산에 가까운데도 산이 아니라 봉이라 이름지워진 것은 아무래도 웅석봉을 지리산의 한 줄기에 포함시켜 인식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듯싶다. 이 같은 의지를 읽은 탓인지 백두대간 종주꾼들도 최근에는 지리산에서 웅석봉까지 이어 백두대간 종주를 마무리 짓는 경향이 있다. 결국 산의 구분은 산을 따라 펼쳐지는 인간의 생활문화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이상윤 기자 nur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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