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러브] 안성기가 사랑스러워
입력 : 2010-01-14 08:10:00 수정 : 2010-01-14 15:15:15
로맨틱 겨울
군고구마와 따끈한 호빵이 생각나는 계절, '페어러브'와 '애프터러브' 두 편의 영화가 찬바람을 뚫고 데이트에 나선 연인들을 유혹한다. 마치 손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간식거리처럼 독특하고 짜릿한 맛을 건네준다.
50대 노총각과 친구의 딸
유치해도 좋은 생애 첫사랑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안성기, 이하나 주연의 영화 '페어러브'는 어쩌면 '위험한 사랑'을 녹여낸다. 친구 딸과 아빠 친구와의 예기치 못한 로맨스를 그려내는 것.
반세기를 살도록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 한 번 제대로 못 해본 노총각 형만(안성기). 집도 없이 작은 작업실에서 카메라를 고치며 산다. 전 재산인 8천만원을 그에게 빌려 간 친구가 딸 남은(이하나)을 보살펴 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장례식에도 가지 않던 형만은 머뭇거리다 결국 남은의 집 앞에 선다. 당돌한 남은은 형만을 남자로 대하고, 남은을 밀어내던 형만도 흔들리는 마음을 잡지 못해 둘의 연애가 시작되는데….
노총각이 빚진 채 세상을 떠난 친구의 딸을 돌봐주면서 영화는 50대 남자와 20대 여자 사이에 벌어지는 유쾌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노총각 연애담이 이토록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아빠 친구인 남자가 친구 딸에게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는 게 어떻겠냐고 하는 대사에선 비명이나 야유 대신 웃음이 터질 정도로 살갑다. 그만큼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은 한없이 유치하고 사랑스럽다. '기계는 아무리 복잡해 보여도 부품과 부품의 관계만 알면 못 고칠 게 없다'고 말하지만, 사람의 관계는 그렇지가 않음을 뒤늦게야 몸소 배워간다.
이 작품 출연을 위해 무려 3년을 기다렸다는 안성기는 생애 처음 사랑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50대 노총각을 '오버'하지 않고 뻔뻔하고 천연덕스럽게 뽑아낸다. 그게 미울 리가 없다. 순수하고 귀엽게 다가오며 객석에선 종종 폭소가 터진다. 흔치 않으면서 매력적인 캐릭터에 재치있고 살아 있는 입말들이 착착 붙는다.
영화 '좋은배우'로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던 신연식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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