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미락'

입력 : 2011-01-06 15:55:00 수정 : 2011-01-08 10: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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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하면서도 자극적이진 않아… '찜'할 만 하네

해운대 신시가지 모 찜질방에서 만난 김 여사와 박 여사. 계모임을 어디서 할지 고민 중이다. 음식 맛이 없네, 장소가 좁네, 연초부터 싫은 소리를 들을 수는 없는 일. 이들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중년 여성이 한마디 거든다. "해운대문화회관 옆 해미락 가 봤어요? 거기 찜 괜찮던데."

'아줌마 입소문'을 믿고 사전 점검차 '해미락'에 들른 김 여사는 음식 맛에 반했고, 자칭 음식 좀 먹을 줄 아는 큰딸인 기자의 손을 이끌고 그 집을 방문했다.

사실 기자는 아귀찜 류의 요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대개 매운 맛으로 수렴되는 찜 양념의 단조로움 때문이다. 즉, 콩나물에 찐득한 고춧가루 양념 맛이 어딜 가나 비슷하다는 것이 찜 요리에 대한 기자 나름의 평가였다.

게다가 매운맛 때문에 밥 한 숟가락에 찜 한 젓가락 정도의 비율(?)로 먹다 보면 음식을 남겨야 할 때가 잦다. 찜에 들어가 있는 아귀나 꽃게 등 포인트 재료들이 넉넉하지 않아 본전 생각이 나게 하는 식당들도 더러 있었다. 살을 제대로 발라 먹겠다는 야무진 각오로 덤벼야만 뭔가 좀 먹은 듯한 느낌을 주는 음식이기도 했다.

우선 이 집의 찜은 그렇게 맵지 않다. 양념이 매콤하면서도 순하고 구수했다. 양념만 퍼먹으면 물을 쉴 새 없이 들이켜야 하는 다른 집과는 달랐다. 꽃게와 낙지 아귀 등 재료도 부족한 느낌이 없다.

이호라 사장은 너무 맵고 짜지 않게 만드는 것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했다. "요즘 사람들은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지 않죠. 그러면서도 부산 사람들이 좋아하는 특유의 매콤함은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어요." 그래서 이 사장이 찾은 방법은 게를 사용해 육수를 내는 것이었다. 이 밖에 13가지 양념을 더해 찜의 양념을 만든다고 귀띔했다.

원래 이 가게는 지난 1997년 해운대 그랜드호텔 뒤편에서 '마산게낙찜'이라는 상호로 영업을 하다 1년 반 전에 해운대 신시가지 안으로 장소를 옮기며 '해미락'이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이 사장은 IMF의 불경기에서도 살아남은 집이라며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상호를 '바다의 맛이 즐거움을 주는 집'이라는 뜻의 해미락으로 바꾼 것도 그 이유. 2월 중 정관에 2호점도 열 계획이다.

이 집의 다른 별미는 간장게장. 일단 가격은 좀 부담스럽다. 1인분에 1만 8천 원. 그래도 하루 평균 50인분 이상은 팔린다는 것이 이 사장의 이야기다. 도톰한 살 위에 먹음직한 주황빛 알과 노르스름한 내장이 식욕을 자극한다. 차가운 게살의 식감과 달짝지근한 양념장이 한데 어울려 입안에서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린다.

게낙찜·아귀찜 중(3~4인분) 4만 원, 해물모듬찜 소(2~3인분) 4만 5천 원.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 신시가지 안 제일여성병원 맞은편. 051-747-1131.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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