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희의 '형태의 이미지-숲.' K갤러리 제공한성희(61)는 1958년 한국판화협회가 결성된 이래 1970년대 한국 판화의 후학 1세대로 부산지역을 근거로 전문 판화가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 작가다. 판화가 한성희가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2011 제7회 송혜수미술상 수상 기념 초대전'에서 선보인 평면 회화가 바로 그것. 지금까지 35년간 판화 작업을 해온 작가로서는 일종의 모험이다.
회화 작업은 지난 2009년부터 시작했는데, 회화 작품을 중심으로 개인전을 갖기는 손꼽을 정도다. "판화만 하다 보니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그래서 다른 것도 해 보자며 시도한 게 바로 회화 작업입니다. 2년 정도 됐는데 주변에서 좋게 봐주니 부끄럽기도 하고…." 이번 전시에 내놓은 작품은 회화 20점, 판화 10점.
판화나 회화 모두 'Image of Form(형태의 이미지)-숲'이라는 주제로, 작가가 직접 숲을 보고 그리는 대신 상상 속 숲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작품 속 숲은 작업실이 있는 청사포 주변.
그의 회화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치 숲 속에 와 있다는 착각을 느낀다. 시선이 숲 속에서 하늘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판화의 느낌과 비슷하게 작업하려고 역광의 이미지를 살렸다. 작가의 상상으로 만들어 낸 나무 잎사귀, 힘 있는 가지들은 나무의 정기를 그대로 뿜어내고, 이런 나무들의 이미지가 모여 관람객을 일순간 숲 속이라는 착각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 숲은 겨울의 숲일 수도 있고, 여름 바다의 숲일 수도 있고, 가을 어느 한 시점의 숲일 수도 있다. 작품 속엔 다양한 숲 속 표정이 있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계절도 다르고 시간도 제각각이다.
판화도 그렇다. 푸른빛과 붉은빛의 만남, 그 앞에 그림자처럼 어두운 빛으로 선 나무를 보고 있으면 판화 같은 회화, 회화 같은 판화라는 느낌이 든다. 척박하고 어려운 미술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미술 지평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의 열정이 빛난다. ▶한성희 초대전=25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K갤러리. 051-744-6669. 정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