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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짝지근하면서도 걸쭉한 '엄마의 손맛'

    입력 : 2013-02-21 07:53:56 수정 : 2013-02-21 14: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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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식' 카레 2곳

    서면 유키짱카레의 고로케카레.

    일본에서 카레는 '엄마의 손맛'에 속한다. 가정식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민음식이어서다. 열차역 간이가게에서 선 채로 후루룩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먹기도 편하다. 달짝지근하면서도 걸쭉한, 그런 일본 카레 맛을 못 잊는 사람들을 겨냥한 카레집이 하나둘씩 문을 열더니 이젠 꽤 많은 일본식과 퓨전 카레집이 백가쟁명 중이다. 일본식 카레 등장의 초창기인 지난 2007년 서면에 문을 연 '유키짱카레', 최근 중앙동에 문을 연 신예 '모티카레'는 각각 가정식 카레를 표방하고 있다. 같은 것 같지만 또 다른, 두 가정식 카레집의 맛을 음미해 봤다.

    10시간 푹 끓여 깊은 맛 내는 게 비결

    ■'하룻밤 재운' 부전동 유키짱카레


    화려한 네온사인에 묻힌 서면 유흥가 한편, 옛 포토피아 옆에 일본어 간판을 단 카레 전문점이 오도카니 자리하고 있다. 테이블도 다섯 개뿐인 10평 남짓한 선술집 풍의 가게. 제대로 된 메뉴판도 없고 일본어로 음식이름이 적힌 종이들이 벽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낯선 풍경이다.

    불콰해지고 나면 꼭 이 집에 들러 안주 카레 한 접시 시켜놓고 일본 소주를 홀짝 거리던 때가 있었다. 일본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야, 라고 감탄하고 있을라치면 어김없이 무릎 위로 기어들며 살갑게 재롱을 피우던 고양이 '미미'와 노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런 분위기와 맛에 끌려 찾는 단골이 늘다 보니 순식간에 창원 2호점, 서면 3, 4호점이 생겨났다. 하지만 화려한 신장개업 가게보다는 허름한 원조 본점을 고집하는 손님도 많다. 본점은 여전히 카레 전문이고 분점들은 메뉴를 철판구이로 넓혔다.

    유키짱카레는 하루를 재우는 일본식으로 만들어 맛을 낸다. 우선 채소와 고기의 흔적이 없어질 때까지 10시간 정도 끓여 재료와 양념이 잘 어우러져 깊은 맛이 나게끔 한다. 이렇게 초저녁부터 영업이 끝나는 새벽녘까지 끓인 것을 그대로 하루 재워 이튿날 손님상에 내놓는다. 그래야만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단다.

    처음엔 카레 전문 밥집이었는데, 점차 술안주 대용 요리들이 늘어났다. 고등어초절임(시메사바)도 주인이 직접 만들어낸다. 일본 선술집에 없어서는 안될 메뉴 닭고기튀김(가라아게)도 짭조름한 게 별미다. 돼지와 닭뼈 등을 우려내 만든 국물에 돈코츠라면도 내놓는다.

    취재 차 지난 19일 초저녁에 방문했더니 창업자 다케우치 도시아키(65) 씨의 처제 서이화(52) 씨가 다음 날 쓸 카레를 끓이고 있었다. 모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미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손님들 때문에 입양을 보냈단다. 카레 맛은 그대론데, 왠지 빈자리가 느껴졌다.

    유키짱카레 5천 원, 돈카츠카레·새우카레·고로케카레 각각 6천 원. 돈코츠라면 5천 원, 가라아게 1만 8천 원, 오뎅탕 1만 5천 원, 오후 6시∼오전 4시,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514의 4, 옛 포토피아 옆, 051-807-3115.


    중앙동 모티카레의 돈카츠카레(아래)와 고로케카레.
    단맛·후추맛보다 본래 맛 지킨 '정석'

    ■'엄마표' 중앙동 모티카레


    모티카레는 맛집에 앞서 맛 블로거가 개업한 집으로 알음알음 소문이 났다. 생선회 분야에서는 따라올 자 없는 블로거 '몽'(blog.naver.com/hongn1)이 카레 가게를 냈다고 했다. 조금 생뚱맞다는 생각이 절반, 호기심이 나머지 절반이었다. 영화평론가의 감독 데뷔작을 보러 가는 기분이랄까.

    카레에 돈가스, 새우튀김, 고로케 등 토핑을 선택해 얹는, 요즘 유행하는 일본식 카레 식당식 메뉴다. 그런데 주문해서 나온 카레는 일본식 카레나 커리보다 그냥 '카레'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린다. 감자, 당근, 돼지고기 건더기가 보이는 외관이 그렇고, 달짝지근하거나 자극적인 향신료와는 거리가 먼 맛이 또 그렇다.

    카레의 첫 인상은 오히려 심심한 것에 가깝다. 여느 일본식 카레 식당의 단맛이나 후추 맛보다 카레 자체의 맛이 먼저 혀에 와닿는 느낌이다. 부드러운데 묽지 않고 담백하게 진하다. 고루 시켜 맛본 토핑은 갓 튀긴 듯 바삭했고, 돈가스를 비롯한 재료 자체가 두툼하고 실속 있어서 그 자체로도 든든한 식사였다. 4가지 토핑이 나오는 모둠튀김은 서너 명 일행이 시켜서 맛보기에 좋겠다.

    창업 과정을 들어보니 모티카레는 노회한 평론가가 내놓은 필생의 역작이라기보다 정석을 지킨 '성실한' 수작에 가까웠다. 블로거 '몽' 최홍석 씨는 사무실이 밀집한 입지와 20, 30대 여성이라는 핵심 타깃에 따라 메뉴를 선정하고, 800인 분 카레를 만들어 보면서 특제 레시피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카레 스파이스를 뺀 10여 종의 재료는 모두 국내산을 쓰고, 단맛은 설탕 대신 양파로, 매운맛은 후추 대신 천연 고추 추출물로 냈다.

    최 씨는 "모티카레에서 눈으로는 어린 시절 엄마가 냄비 가득 끓여 주던 엄마표 카레를, 입으로는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쓰는, 뭔가 다른 카레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레 5천 원, 토핑 돈가스 2천 원, 고로케·생선가스·새우튀김·치킨치즈롤 각 1천 원, 모둠튀김 6천 원. 기린·아사히 맥주 4천800원. 오전 11시∼오후 8시. 일요일 휴무. 부산 중구 중앙동 5가 8의 2. 중앙동 대한통운 사옥 앞 모퉁이. 051-466-0998.

    글·사진=김승일·최혜규 기자 dojun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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