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와 마니아 사이] 게임계 좀먹는 '불법 복제' 새해엔 사라지길 빌며…

입력 : 2014-01-03 09:58:19 수정 : 2014-01-03 14: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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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불법 복제의 희생양이 된 국내 게임개발사 손노리의 비운의 게임 '화이트데이'.

게임의 불법 다운로드, 불법 공유는 여전히 우리나라 게임 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자본주의 시장 질서에서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소비자가 효용을 얻기 위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등가교환의 법칙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별도의 오프라인 유통 체계가 필요 없고 유형의 상품이 없는 게임, 음악, 영화, 소프트웨어 같은 디지털 저작물의 경우 이 원칙은 쉽게 흔들린다. P2P사이트와 웹하드 등에서 성행하는 불법 복제와 공유를 통해 기존 상품과 전혀 품질에서 차이가 없는 디지털 상품을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공짜로 얻어다 쓸 수 있는 것이다.

'복돌이'(게임 등 불법 복제물을 복사해서 돌리는 이들)라 불리는 불법 복제의 역사는 게임에 있어서도 아주 뿌리가 깊다. 해외 게임의 국내 유통망이 취약하던 1990년대 초반까지는 장당 1천 원쯤의 추가 요금을 받고 디스켓에 게임을 복사해주는 전자상가 뒷골목이나 사설 BBS가 게임 구입의 주요 루트였다.

1990년대 후반 대용량을 앞세운 CD롬의 보급은 불법 복제에 날개를 달아줬다. 게임 하나의 용량이 10Mb 안팎에 머무르던 시절, CD롬 한 장에 수십 개의 게임을 눌러 담은 '복사 CD'가 PC통신을 기반으로 날개 돋히듯 팔렸다. 게임 개발사들은 패스워드나 인스톨 횟수 제한 등 각종 복제 방지 장치 등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재야 해커들이 제작해 뿌리는 크랙에 의해 번번이 무용지물이 됐다.

2000년대 이후 초고속 인터넷의 대중화는 '불법복제의 바다'를 열었다. 각종 음악, 영화, 음란물, 소프웨트어 등을 마음껏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한 와레즈나 P2P 사이트, 웹하드의 성행은 게임은 공짜라는 인식과 함께 국내에서만 수백만 명의 '복돌이'를 양성했다.

국내 패키지게임 개발사들의 날개가 완전히 꺾인 것도 이 시기를 즈음해서다. 대표적으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화이트데이' 등 명작 게임을 잇달아 내놓던 손노리사 역시 결국 패키지 시장 철수를 선언하고 만다. 일설에 의하면 당시 '화이트데이'의 판매량이 6만 장 안팎이었던 반면, 게임의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추후 배포한 패치의 다운로드 건수는 110만 건이 넘었다고 한다.

불법복제의 폐해는 명확하다.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부어 게임을 개발해도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으로 인해 투자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없다면 제작사들은 게임 개발을 포기하기 마련이다. 결국 안정적인 수익원을 찾아 온라인게임으로 돌아서거나, 유료 아이템, DLC(다운로드 콘텐츠) 판매에만 급급하게 된다. 제 돈 주고 산 정품 소비자들도 '복돌이'들이 없었으면 충분히 떨어질 수 있었을 만한 수준의 비용까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데다, 한글화 등 합당한 서비스를 기대하기도 어렵다.어떤 분야든 한 문화의 수준은 이를 향유하는 소비자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새해에는 게이머들도 제값 내고, 개발사에 정당한 대가를 떳떳이 요구할 수 있는 풍토가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 -끝-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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