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감천 시멘스센터를 찾은 러시아 선원들이 선진엔텍에서 마련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선진엔텍 제공"우리 러시아 선원들에겐 감천항이 세계 최고의 휴식처입니다."
부산의 한 수리조선업체가 러시아 선원을 위한 대규모 휴게공간을 마련해 무료로 운영중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선박수리기업 선진엔텍
시멘스센터 민간 첫 운영
휴게실·샤워실 무료 제공
연간 5만여 명 이용 호응
부산 감천항의 선박수리전문기업인 ㈜선진엔텍은 부산항에 입항하는 러시아 선원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인 '감천 시멘스센터(Seamen's Center)'를 지난 2012년 4월 준공했다.
선진엔텍 건물 3층 835㎡ 규모의 면적에 휴게실과 실내체육관, 샤워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러시아 선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멘스센터는 전세계 250개 주요 항만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곳은 이 곳이 유일하다.
감천항은 국내에서 러시아인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냉동·냉장 화물이 특화된 부두로 러시아의 수산물 운반선 입출항이 빈번한데다 수리조선소도 밀집해 있어 러시아 선박들이 수리도 하면서 늘 러시아인들로 북적인다.
김재철 선진엔텍 대표는 "하루에 적을 때는 80명, 성수기에는 250명까지 러시아 선원들이 찾는다"고 말했다. 연간 5만 명 이상의 선원들이 감천 시멘스 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감천 시멘스센터에는 모든 것이 무료로 제공된다. 위성TV와 컴퓨터, 남·녀 샤워실과 탈의실을 갖춘 휴게실에서는 차나 음료, 초코파이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또 센터에는 원어민 직원 2명을 채용해 방문자들을 돕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감천 시멘스센터에는 치과 치료실, 이발실, 마사지실 등을 갖춰 국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주기적으로 치과 진료나 마사지 봉사를 하고 있다. 또 러시아 국가기념일 등에 맞춰 음악과 무용 등 다양한 공연 행사도 열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결핵퇴치 운동의 선구자이자 크리스마스 씰을 국내 최초로 발행한 의료 선교사 셔우드 홀(1893~1991년)의 자서전 '조선회상'을 읽고 이 일을 시작했다.
"자신의 아버지에 이어 2대에 걸쳐 한국에 의료 선교사로 와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홀 집안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1960~1970년대 우리나라 원양 선원들이 외국의 시멘스센터에 대해 아직까지 고마워한다는 말을 듣고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초창기 아낌없이 지원하는 센터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러시아 선원들도 김 대표의 선의를 점차 알게 됐다. 러시아 선원 페트로바블로브스키 씨는 방명록에 "타국 항에 접안해 있으면 정말 힘든데, 오직 이 곳 시멘스센터에서는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다. 정말 감사하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선원은 "작은 나라 한국이 우리를 이처럼 환대하고 사랑해 줘 고맙다"면서 "한국과 한국인들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갖고 간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총영사가 시멘스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김 대표는 "앞으로도 선원들이 고향의 집 같은 느낌이 들도록 센터를 열심히 운영해 가겠다"고 말했다.
김수진·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