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천 조각도 예술… '조각보의 멋'
입력 : 2015-06-18 20:12:45 수정 : 2015-06-19 16:49:05
몬드리안의 추상화에 비견될 정도로 조각보는 예술성과 장식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바둑판, 회(回)자, 사선(풍차) 모양이 들어간 조각보.조각보는 여러 조각의 자투리 천을 모아 만든 보자기이다. 쓰다 남은 천을 활용하는 생활 속 지혜로, 주로 일반 서민층에서 널리 사용했다. 하지만, 그런 조각보가 몬드리안의 추상화에 비견될 정도로 이제는 예술성과 장식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엔 실내장식이나 예술작품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으면서 이를 배우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조각침선공예 명인(제2013-20호)이며 조각보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소연 규방 김연주(57) 대표의 조언을 받아 조각보 만드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쓰다 남은 조각천 모아 재활용
마르고 꿰매어 예술작품으로 되살려
주재료는 본견·모시 같은 전통 직물
대부분 같은 종류끼리 이어 붙여
기러기보·연잎보…다양한 모양 가능
한 땀 한 땀 바느질에 몰아의 희열도
■퀼트와 다른 점
언뜻 보면 조각천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서양의 퀼트와 닮았다. 하지만 조각보와 퀼트는 바느질에서 다르다. 홈질로 천을 잇는 게 퀼트라면, 조각보는 기본적으로 감침질을 사용한다. 마무리로 세땀상침과 같은 전통 바느질 기법을 사용하지만, 흔히 감칠질로 시작해 감칠질로 끝나는 게 조각보라 할 정도로 조각보의 주 바느질인 셈이다. 감침질은 천 조각을 다른 조각과 이을 때 사용하는 기법으로 땀이 촘촘(퀼트의 땀 수는 1㎝에 통상 세 땀이다)해 견고하다. 조각의 형태도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자기 주재료는 한국의 전통 직물이다. 조각보엔 본견(명주실로 짠 비단)이나 모시를 사용하는데 대부분 같은 종류끼리 조합해 꿰맨다.
■조각보의 활용은
조각보의 본래 기능은 보자기다. 통상 물건을 덮거나 싸서 보관하거나 이동하는 데 사용했다. 사용할 때는 넓게 펼쳐 물건을 담을 수 있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작게 접어 부피감 없이 가볍게 보관할 수 있다. 조각보는 크게 만들어 이불보나 문에 설치하는 발로 이용하였고, 멋을 내어 예단이나 혼수품을 싸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일반사람들은 상보로 많이 썼다.
또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정성을 다해 만들어야 하기에 조각보 만드는 일을 복(福)을 짓는 행위로 여겼다. 천 조각을 마르고(옷감이나 재목 따위의 재료를 치수에 맞게 자르는 것) 꿰매는 작업을 통해 복과 장수를 염원했다.
조각보는 미적 구성과 세련된 조각 배치를 높게 평가하는 데, 은은한 파스텔 톤과 원색계통의 다색구성, 무채색 위주의 단색구성이 있다. 김 대표는 "최근에는 조각보의 색상과 면 구성 형태를 재가공해 복식이나 가구, 공예, 실내장식 등에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술 작품처럼 조각보를 액자나 가리개로 만들어 실내장식 소품으로 활용한다.
■어떻게 만드나
주로 많이 만드는 조각보는 기러기보, 바둑판보, 회자문보, 아리랑문보, 모시조각보, 연잎보 등이다. 여의주문보는 벽사(혹은 액땜)의 의미가 담겨있다. 응용으로 사각바늘방석, 괴불노리개 같은 규방 소품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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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를 응용해 다양한 규방 소품을 만들 수 있다. 꽃봉오리바늘방석. |
조각보를 만들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원단(공단, 모본단, 명주, 모시, 삼베 등), 바늘, 견사(실), 해라(뼈인두), 가위, 다리미(인두), 자, 모눈종이(구상) 등의 준비물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이게 갖춰지면, 구상(모눈종이)→디자인→디자인한 것 색칠→완벽하게 구상되면 마름질→바느질→완성의 단계를 거친다"고 말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디자인에 따라 치수가 정확해야 한다는 것. 하나라도 차이가 나면 조각보가 비틀어지고 배가 부르게 되기 때문이다. 씨줄과 날줄도 잘 다뤄야 한다. 올 사이에 바늘이 정확하게 들어가야 뒤틀림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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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를 응용해 다양한 규방 소품을 만들 수 있다. 예물(선물)보자기. |
■조각보의 매력여러 천 조각을 마르고 꿰매어 잇는 조각보 작업은 상당히 공들여야 하는 일이다. 김 명인은 "조각보를 만드는 이유 중 제작 자체의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꼭 예술작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각보를 만드는 동안 예술가가 작품을 만들 때 갖는 무념무상 같은 몰아의 희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조각보는 과거엔 조각보의 쓰임(실용성)에 더 무게를 두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각보가 독창적이고 고유한 한국적 디자인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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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를 응용해 다양한 규방 소품을 만들 수 있다. 약낭. |
김 대표는 "버려질 운명이던 가지각색의 보잘것없는 조각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통합하는 솜씨와 미적 감각은 조각보를 예술적 평가의 대상이 되게 하기에 충분하다"면서 아울러 조각보를 통해 예술성은 물론이고 한국인들의 소박한 멋과 삶의 여유, 그리고 절약성을 함께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각보 더 배우고 싶다면조각보를 배우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한 두번 배웠다고 해서 조각보를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고.
3년째 조각보를 배우고 있는 김민정(40·부산진구 범천동) 씨는 "조각보는 배우면 배울수록 묘한 매력이 있다. 특히 색감에 빠져든다. 이걸 하고 있으면 정신건강에도 좋고, 잡념도 없어진다"고 했다. 김 씨는 기회가 되면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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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를 응용해 다양한 규방 소품을 만들 수 있다. 괴불노리개. |
조각보가 인기를 끌자 최근에는 중국이나 베트남 산 조각보도 국내에 많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조각보의 매력을 아는 사람은 차별화된 조각보를 갖고 싶어 한다.
김 씨처럼 조각보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다면, 직접 배워보는 것도 좋을 터이다. 부산시여성회관(051-610-2010~3), 부산진구 평생학습관(051-605-6381~3), 부산강서문화원(규방공예·051-972-6369) 등에서 조각보를 배울 수 있다. 글·사진=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TIP
모시사각바늘방석 만들기
모시는 습기를 잘 흡수하고 잘 마르며 통풍이 잘돼 예로부터 여름철에 즐기는 원단이다. 모시사각바늘방석은 조각보의 기초급에 해당한다. 앞뒤 8조각과 박쥐매듭 또는 술 등으로 장식한다.
바느질법: 감침질
재단: 8조각 (각 가로 60㎜, 세로 60㎜)
재료: 모시, 견사, 방울솜, 박쥐매듭(혹은 술장식)
만들기
1. 모사 원단을 8조각자른다. 40㎜, 40㎜를 해라로 마름질한 후 다림질한다.
2. 조각천 2장을 맞대어 감침질로 연결한다.
3. 두 장씩 이은 조각천을 4조각으로(바둑판 모양) 감침질한다. 이은 조각보를 가름솔(원단의 겉과 겉이 마주보게 두고 박음질 한다음 시접을 갈라주는 방식)로 다림질한다.
4. 앞, 뒤 8장의 조각천을 창구멍 20㎜를 남겨두고 감침질로 이어준다. 이때 모서리 부분의 시접은 서로 엇갈리게 접어 넣어 준다,
5. 창구멍을 통해 솜을 넣어준다. 이때 솜은 약간 과하다 할 정도로 탱탱하게 넣어준다. 창구멍을 감침질로 마무리한다.
6. 바늘방석의 한가운데에 튼튼하게 꼭 눌러 당겨준다.
7. 가로 40㎜, 세로 40㎜ 원단으로 박쥐매듭을 만들어, 가운데 꼭 눌러준 부분에 바느질이 보이지 않도록 박쥐장식을 달아준다. 정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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