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퇴마, 악령, 엑소시즘 등 오컬트 소재의 영화는 낯익다. 하지만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오컬트 무비 대부분은 할리우드산(産)이다. 그래서 장재현 감독의 영화 '검은 사제들'이 궁금했다. 그간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오컬트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무속 신앙, 귀신, 원혼 등을 다룬 한국적 오컬트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많지만, 할리우드산 오컬트와는 결을 달리한다. 이야기의 흐름도, 표현의 방식도. 그래서 호기심을 돋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과 오컬트의 결합은 대단히 성공적이다.
한국, 그것도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구마예식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를 연발한다. 장미십자회, 12형상 등 익숙한 소재와 명동이라는 친숙한 공간이 만들어내는 화학 작용은 '한국적 오컬트'란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 같다.
영화는 김 신부(김윤석)와 최 부제(강동원)가 악령이 깃든 소녀 영신(박소담)을 구하기 위해 구마예식을 치른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김 신부와 최 부제의 오해와 갈등, 구마예식 중 어릴 적 트라우마와 마주하고 이를 극복하는 최 부제의 성장, 점점 악령에 지배당하는 영신 등 세부적인 이야기로 밀도를 높였다. 또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빠른 전개는 긴장감을 더욱 끌어 올린다.
'전우치' 이후 6년 만에 만난 김윤석과 강동원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김윤석은 묵직함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조성했고, 강동원은 순수한 모습부터 의심을 거쳐 트라우마 극복까지 다양한 얼굴을 드러냈다. 또 '군도'에서 찰랑찰랑 머릿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화의 흐름과 상관없이 강동원의 잘생김을 엿볼 수 있는 장면도 포함됐다. 어쨌든 눈은 즐겁다.
박소담도 눈에 띄는 부분. 자칫 어색할 수 있는 '악령 깃든 소녀'의 모습을 섬뜩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소화했다. 진폭이 큰 감정과 몸짓도 무리 없다. 특히 신예 장재현 감독이 세 인물의 무게 추를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균형감을 잘 잡았다는 데 높은 점수를 부여할 수 있다.
사진=영화사 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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