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엄마' 공자관 감독, "순수 창작물. 개인적 경험과 판타지를 녹여낸 작품이다"

입력 : 2015-11-10 10:13:28 수정 : 2015-11-10 15: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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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스투데이 김상혁 기자] '갓자관', '쓸데 없이 고퀄'.  공자관 감독과 그의 작품에 붙는 별칭이다. 이런 수식어가 말하듯 한국 성인영화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독 중 한 명인 공자관은 그간 많은 수작을 발표해왔다.

최근 작품 '친구 엄마' 역시 예전 작품들만큼이나 많은 기대를 얻고 있다. '친구 엄마'는 한 청년이 친구의 엄마와 뜨겁고도 위험한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를 그린 19금 멜로 드라마다.

특히 이번 영화의 제목이자, 여주인공 '친구 엄마' 영옥 역의 배우 아리는 연기를 처음 하는, 말 그대로 '연기 초보'다. 힘든 촬영과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자관 감독과 아리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갓자관', '쓸데없이 고퀄'이라는 재미있는 별명이 있다. 들어본 적이 있는지?

공자관
: '갓자관'은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고퀄'은 예전 '젊은 엄마' 때 눈에 띈 댓글이다. 일단 긍정적인 표현으로 생각해서 기분은 좋다. 하지만 그만큼 성인물에 대한 기대치들이 낮았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나는 일반 영화나 에로 영화나 같다고 생각하고 만든다. 자연스러운 연기와 편집, 감정 흐름 등 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했을 뿐인데 '고퀄'이라고 해주니 고마울 뿐이다. '친구 엄마'도 최선을 다한 만큼 이번에도 같은 별명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Q. 이번에 개봉하는 '친구 엄마'는 어떤 영화인가?

공자관
: '친구 엄마'는 네 글자만으로 시작한 순수 창작 영화다. 주인공 경수(김영삼)가 집에서 겪는 여러 갈등 같은 경우는 나의 경험을 녹여냈다. 삼척으로 내려간 이후는 판타지로만 채웠다. 이런 세계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어봤다.

아리
: 영화의 주인공은 남자지만, 여자도 비슷한 판타지가 있다. 나이 상관없이, 친구의 멋있는 아빠라면 '친구 엄마'와 같은 판타지도 있다. 여자분들도 이렇게 대입해 보시면 재밌게 즐기실 수 있다.

Q. 배경이 삼척의 작은 포구다. 바닷가, 특히 삼척으로 장소를 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공자관
: 대본을 쓰면서 장소를 미리 생각해뒀다. 물이 맑고 예쁘면서도, 동네 언덕 위에는 개발이 안 돼 옛날 느낌이 나는 집을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에 울진에서 촬영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이미지를 가지고 대본을 썼다. 휴전선 밑에서부터 포항까지 다 뒤졌다. 울진에도 있었고 삼척에도 있었는데 삼척의 집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Q. 여주인공 아리와 시영, 두 여배우 모두 연기를 처음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캐스팅 하게 됐나?

아리
: 원래는 다양한 모델 일만 쭉 해왔다. 5년 전쯤에 알고 지내던 실장님이 성인 영화 쪽을 소개했었는데 그때는 고사했었다. 그러다가 요즘 일이 조금 줄어서 프로필을 돌리던 중 그 실장님을 다시 만나게 됐다. 노출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일단 덤비는 스타일이라 하겠다고 했다.

공자관
: 시영 씨도 비슷한 경로로 캐스팅하게 됐다. 이쪽 노출 있는 영화는 캐스팅이 매우 힘들다. 그런데 두 분 다 노출 있어도 해보고 싶다고 해서 걱정됐지만 함께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캐스팅했다.

Q. 연기 경험이 없었다고 하는데, 촬영할 때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공자관
: 첫 리딩 때는 국어책 읽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에서는 제법 감정이 실려서 '이 상태만 유지하면 된다'고 말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현장에서 '큐!' 하니까 말을 한마디도 못하더라. 10년 치 스트레스를 이번 영화 촬영하면서 받은 것 같다.

아리
: 많이 혼났다. 결국에는 나 자신이 미워졌다. 왜 못 알아듣는지 미칠 것 같았다.

공자관
: 연기를 안 해본 사람이 못할 거라는, 일반적인 기대치보다도 많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멀티태스킹이 안 됐다. 대사와 리액션, 시선 처리 등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하는데 경험이 전무해서인지 그게 자연스럽게 안 되더라. 

아리
: 처음엔 답답한 수준이었지만 갈수록 내가 작아졌다. 나중에는 작은 글자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관용적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고 하는데, 나는 그 말 그대로 됐다.

공자관
: 처음엔 다독이는 방향으로 갔지만, 나중엔 짜증 몇 번 냈다. 그래도 감정 연기는 괜찮았다. 나중에는 전체적으로 많이 나아졌다. 기술적인 측면만 늘린다면 앞으로 잘할 것 같다.

Q. 코미디언 김대범이 꽤 비중 있게 나온다. 또 곽한구도 깜짝 등장한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지?

공자관
: 지난 '뽕 2014'에서 곽한구가 조연급으로 나왔다. 그리고 곽한구가 김대범이 하는 개인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김대범이 내 팬이라고 하며 소개해 달라고 했단다. 또 그가 개인적으로 성인 콘텐츠에 대한 계획도 있다고 해서 출연하게 됐다.

Q. 현옥은 경수를, 경수의 학교 선배인 지연(시영)에게 뺏긴다. 그것도 자신의 집 안에서. 아까 감정은 잘 싣게 됐다고 했는데 이때 특별한 느낌은 없었나?

아리
: 미묘한 느낌이 있었다. 극 중 경수가 지연과 떠나기 전에 "전복죽 먹고 가"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나를 뿌리치고 지연과 간다. 그때 경수가 아니라 지연이 미워졌다. 또 서운했다. 그때만큼은 경수에게 진짜 정을 줬던 것 같다. 지금 예고편을 봐도 그 부분이 아리다.

Q. 친구 엄마라면, 친구 백현(김해진)의 입장은 어떻게 되나. 친구를 아빠라고 불러야 하는건가?

공자관
: 백현이 마지막에 "아빠라고는 못 부르겠다"고 하는 부분이 있다. 이는 백현이 바보가 아니다는 것을 알려준다. 엄마가 자기 친구와 사랑한다는 걸 모를 수 없다. 다만 엄마의 사랑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가만히 있던 것이다. 경수를 엄마의 남자친구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 뒤는 알아서 생각하면 된다. 열린 결말이다.

Q. 영화 촬영도 끝났고 이제 개봉 남았다. 다음 작품 생각할 시기인데 두 사람 모두 차기작 계획은 있는지?

아리
: 이제 막 촬영이 끝난 영화 한 편이 있다. 자세한 것은 비밀이다.

공자관
: 대본 서너 개 정도 있다. 그런데 '친구 엄마' 개봉, 홍보 준비 등 여러 일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이번에 마무리되면 차기작을 살펴보고 선택할 예정이다.

Q. 성인 장르라는 길만 걸어왔다. 혹시 다른 장르 생각은 없는지?

공자관
: 말랑말랑한 로맨스만 아니면 된다. 개인적으로 '뷰티 인사이드' 같은 건 체질에 안 맞아 못한다. 비꼬거나, 질퍽하거나, 밑바닥 삶을 다루는, 블랙 코미디나 액션 해보고 싶다. 표현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준비해서 고예산 영화 찍어보고 싶다. 언젠가는 때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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