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학생 단식 50일째, 교수·스님도 동참..."동국대 사태 접입가경"

입력 : 2015-12-03 11:09:45 수정 : 2015-12-03 13: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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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스투데이 유은영 기자] “김건중 부총학생회장과 최장훈 대학원 총학생회장을 살립시다.”
 
지난 1일 오후 3시. 쌀쌀해진 날씨만큼이나 주위를 둘러싼 공기가 차가워지려던 찰나, 서울 중구 필동에 위치한 동국대학교 본관 앞 광장에 한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 대학 최광백 총학생회장이었다.
 
이날 예정돼 있던 '문화제'에 참석한 그는 함께 자리한 50여명의 학생들 앞에서 걱정과 근심 보다는 웃음과 미소로 상황을 승화시키려는 듯 사뭇 유쾌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어 그는 광장에 모인 학생들과 함께 동국대 총장인 보광 스님과 이사장인 일면 스님의 사퇴를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며 교내를 행진했다. 
 

 
 
3일은 동국대 부총학생회장 김건중 씨가 보광 스님, 일면 스님 등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한지 50일째가 되는 날이다. 현재 김 씨를 이어 교직원, 이사 스님 등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동참했다.
 
최장훈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보광, 일면 스님이 해임되지 않으면 투신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동국대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상태다.
 
이날 '문화제'에 동참한 학생들은 장기간 단식 중인 김 씨와 투신을 예고한 최장훈 대학원 총학생회장을 살리고자 뜻을 모은 이들이었다. 학생들은 목소리를 한껏 드높였다. 본관 앞 광장은 이들이 부르짖는 ‘퇴진 요구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단식과 투신 등을 '목숨을 건 투생'에 나선 동국대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어쩌면 간단하다. 총장인 보광 스님과 이사장인 일면 스님의 사퇴를 주장하는 것.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동국대에서는 임기가 끝난 김희옥 전 총장을 비롯해 보광 스님과 조의연 교수 등 3명이 차기 총장 후보로 선정됐다.
 
하지만 김희옥 총장은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 일면 스님 등과 오찬 회동 후 돌연 후보직을 사퇴했다. 3일 후 또 다른 총장 후보인 조의연 교수도 "종단의 선거 개입을 두고 볼 수 없어 후보를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로 인해 조계종 간부 스님들이 김희옥 전 총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커졌다. 또 총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는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폐회하는 등 거듭 난항을 겪었다.
 
홀로 남은 총장 후보자인 보광 스님은 논문 표절 문제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 5월 2일 동국대 이사회는 보광 스님을 제18대 총장으로 선출했고, 교수와 학생들의 "표절 총장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23일 동국대 이사장에 오른 일면 스님의 자격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당시 전임 이사장인 정련 스님이 주재한 이사회에서는 신임 이사장 선출을 위한 안건이 상정돼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 회의 직후 남은 이사들끼리 다시 회의를 속개해 일면 스님을 차기 이사장에 선출했는데 결과적으로 절차 위반 등 합법성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일면 스님은 자질과 합법성 논란과 흥국사 탱화 절도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흥국사에서 소장 중이던 1792년작 탱화(불교 신앙을 담은 그림)가 일면 스님이 주지로 있던 당시에 사라진 이후, 일면 스님의 측근 자택에서 발견된 것. 이에 일면 스님이 탱화를 절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같은 사태를 두고 볼 수 없던 교수와 학생들은 보광, 일면 스님의 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지난 9월 17일 동국대 학생 2031명이 참석한 전체 학생총회에서는 동국대 이사장과 총장 사퇴안이 가결(찬성 2030명, 반대 1명) 됐다.
 
이에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은 10월 15일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뒤이어 11월 10일 교수협의회장 한만수 교수와 교수호 비대위원 김준 교수가 이사장인 일면 스님의 연임반대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동참했다. 6일 뒤인 16일에는 동문 교직원 김윤길씨(79 국문)도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이는 종단의 문제로도 번졌다. 지난달 30일 동국대 이사이기도 한 미산 스님은 자신의 이사직을 내려놓으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섰다. 그를 따라 금강, 법인 스님 또한 단식을 시작했는데 이번 동국대 사태에 7명이 단식 중이다.
 
미산 스님은 “김건중 학생과 그를 염려하여 동조 단식중인 교직원들이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며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지금처럼 구성원간의 분열 상태가 계속되고 혹여 직무대행 체제와 같은 이사장 장기 공백의 상황까지 온다면 동국대의 퇴행은 불가피하다”며 적법한 절차로 차기 이사장을 선임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두고 동국대는 3일 이사회를 연다. 이 회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여부에 따라 동국대의 운명이 좌지우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남산 자락인 서울 중구 필동에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많은 눈발이 흩날렸다. 마치 동국대의 암울한 현실을 대변하는 듯했다. 
 
사진=비에스투데이 유은영 기자, 한만수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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