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톰 하디 에밀리 브라우닝
[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톰 하디는 섹시했다.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를 줄여 이르는 말)이란 요샛말이 딱 떠오른다. 아니다. 톰 하디는 통제 불능이다. 머리보다 주먹이 앞서는 저돌적인 매력이 가득하다. 이처럼 톰 하디는 영화 ‘레전드’에서 1인 2역을 맡아 각기 다른 매력을 스크린에 펼쳐냈다.
10일 개봉된 브라이언 헬겔랜드 감독의 ‘레전드’는 1960년대 영국 런던의 아이콘이었던 쌍둥이 갱스터 형제 레지 크레이와 로니 크레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톰 하디의 팬이라면 ‘필수 관람’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다.
사실 ‘레전드’는 톰 하디를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1인 2역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2역을 혼자 소화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
레지와 로니는 성격, 행동, 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다르다. 발음과 목소리 톤까지도. 생김새는 어쩔 수 없이 비슷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안경, 치아 교정기, 헤어 및 의상 스타일 등을 통해 전혀 다른 느낌과 인상을 준다. 분명 같은 톰 하디를 보고 있으면서도 다른 인물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이야기도 인물의 차이만큼이나 다른 결을 지닌 채 흘러간다.
형 레지는 1960년대에 활동했던 갱스터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시대를 앞서간 스마트한 인물이다. 레지는 명석한 두뇌를 활용해 사업가로 변모하고자 한다. 스타일도 이에 맞춰져 있다. 깔끔하고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훈훈한 외모를 돋보이게 하고, 그의 해사한 미소는 극 중 그의 연인 프랜시스(에밀리 브라우닝)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반할만 하다.
반면 편안한 의상의 동생 로니는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그런 갱스터다. 뭐든 제멋대로고, 마음에 안 들면 곧바로 응징이다. 어둡고 투박한 성격은 얼굴에도 드러난다. 이를 위해 교정기를 이용해 턱 모양을 바꾸고, 얼굴을 좀 더 둥글게 만들었다. 윗니의 모양과 코도 확대했다.
뭔가 복잡한 듯 보이지만, 영화를 보면 그 차이점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레지 톰 하디와 다른 로니 톰 하디를 만들어낸 스태프의 노력은 성공이다.
또 영화를 보기에 앞서 로맨틱 코미디에 강점을 지닌 워킹타이틀 제작이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레전드’는 마초 냄새 가득한 갱스터 무비보다는 멜로의 진한 감성이 더 피부에 와 닿는다. 무법천지인 뒷골목에 피어나는 레지와 프랜시스의 사랑은 묘한 어울림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거친 남자의 순수한 매력에 푹 빠진 에밀리 브라우닝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사진=퍼스트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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