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선택, 한국과 닮은 여정…변호사→CEO→여성지도자

입력 : 2016-01-16 21:01:38 수정 : 2016-01-17 11: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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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16일 첫 여성 총통이 탄생, 3년 전 박근혜 대통령을 선출했던 한국과 대만의 '닮은 꼴 정치'가 이어졌다.

대만이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여) 주석을 차기 총통으로 선출함에 따라 대만은 아시아에서 한국과 함께 여성 지도자 시대를 맞게 됐다.

한국과 비슷한 민주화와 경제발전 경로를 겪어온 대만은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정치 지도자를 찾을 때마다 과거 우방이자 경쟁국이었던 한국의 리더십 체제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참고한 측면이 있다.

한국에서 1998년 여야 정권이 바뀐 지 2년뒤 대만도 2000년 첫 정권교체를 실현했고, 인권변호사 출신 총통에 이어 'CEO 대통령'을 표방한 총통이 등장한 것도 비슷했다.

특히 차기 총통이 된 차이 내정자는 박 대통령과 출신과 성향은 다르지만 현재 미혼에 독신인데다 그간의 정치경로까지 놀랄만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박 대통령이 1997년 정계에 입문해 제15대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한 지 16년만인 2013년 대선에서 승리했던 것처럼 차이 내정자는 2000년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장관)으로 정치권에 발을 디딘 지 16년 만에 대권을 품에 안았다.

또 차이 내정자는 민진당이 2008년 대선에서 패배한 어려운 시기에 주석에 취임해 민진당 출신 천수이볜 전 총통의 부패 적발과 구속까지 겹쳐 창당 후 최대 위기에 처한 당을 되살려낸 '구세주' 역할을 했다.

그는 민진당 주석 취임 후 3년간 9차례 각종 선거에서 집권 국민당에 맞서 7차례 승리했다.

박 대통령이 2004년 총선에서 탄핵 후폭풍을 맞았던 한나라당을 천막 당사로 옮겨 회생시키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것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마잉주 현 총통이 등장했던 2008년에도 대만에선 '경제 살리기'를 내세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본떠 대선 당시 여야 후보간에 'CEO 대통령' 붐이 일기도 했다. 마 총통은 당시 이 대통령의 '747 비전'을 모방한 '633 프로젝트(성장률 6%, 1인당 GDP 3만달러, 실업률 3% 이하 달성)'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초기 급격히 추락하자 마잉주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차별성을 강조하며 선을 그었다.

진보 성향의 변호사 출신 천수이볜 총통 시절엔 노무현 대통령처럼 야당으로부터 탄핵을 받았던 상황이 대만에서 '판박이'처럼 재현됐다.

대만과 한국의 정치판은 지역으로 갈린 구도까지 비슷하다.

한국의 동서 지역주의처럼 대만 정치에선 전통적으로 국민당은 북부, 민진당은 남부의 지지 구도가 이어져 왔다. 1949년 전후 국민당 정권과 함께 중국에서 건너온 외성인(外省人)이 타이베이 등 북부에 자리잡고, 그 이전부터 대만에 정착해 살던 본성인(本省人)이 가오슝을 중심으로 한 남부지역에 다수 거주하고 있는점이 남북 지역주의로 고착화됐다. 대만에서도 선거전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폭로전이 상당하다.

대만 선거전에선 또 '한국'이 인기있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한국의 다국적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17)가 한국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을 계기로 대만독립 문제가 다시 불거지며 막판 선거전을 달궜다. 투표일까지 여야 후보가 '쯔위 사건'을 언급하며 표심을 자극하는 소재로 삼으며 은근히 한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전에 나선 쑹추위 친민당 주석은 TV토론에서 "총통에 당선되면 경제 성장을 촉진해 2030년까지 연간 성장률이 한국보다 1.5%포인트 높아지도록 하겠다"고 밝혀 한때 주리룬 국민당 주석의 지지율 수준까지 치고 올라오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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