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민진당이 8년 만의 정권탈환을 실현한원동력은 '경제'다. 대만 선거전에선 양안정책이 가장 중요한 이슈이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 대만 청년들의 분노어린 경제실정 질책에 녹아들었다.
지난 8년간의 마잉주 정부 시절의 친중정책에 따른 대중국 경제종속 심화로 10년째 실질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으며 민생경제가 피폐해진 것이 유권자들이 국민당에 등을 돌린 이유였다.
양안관계 경색에 따른 안보 위기의 가능성에도 대만인들이 압도적인 표차로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에게 힘을 실어준 데는 경제살리기에 나서달라는 대만인들의 염원이 반영됐다.
최근 블룸버그가 세계 95개국의 올해 경기침체 확률을 조사한 결과 대만은 55%로 브라질, 러시아,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에 이어 5번째로 경기침체 위험이 큰 국가로 꼽혔다.
마잉주 정부는 취임 후 곧바로 양안회담을 가동하는 등 친중 정책으로 천수이볜 전 총통 시절 소원해진 양안관계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특히 2010년 6월 중국과 관세 감면과 서비스업 시장 개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후광을 입을 것이라는 기대를 불어넣었다.
양안 경제를 일체화한 '차이완'(Chiwan) 시대를 개막했다는 평가와 함께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받으며 2012년 대선에서 마 총통은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대선에서도 양안정책과 경제문제가 양대 이슈로 맞섰으나 친중정책 탈피 시 경제악화와 양안갈등을 우려한 보수층의 위기의식이 발동한 데다 중국진출 기업인들의 귀국 투표로 힘을 받았다.
하지만 지나친 친중 정책은 대중 경제종속의 심화로 이어지며 산업 공동화, 내수 경기 침체, 청년실업 등으로 이어졌다.
8년간의 친중 정책에도 중국 경제 성장의 혜택을 대만인들이 거의 보지 못한 채10년째 실질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으며 민생경제가 피폐해진 것이 대만 유권자들이 심판론에 공감한 이유였다.
대만은 자유무역협정(FTA) 고립국으로 경제가 점점 중국에 흡수돼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홍콩을 포함한 중국이 대만 전체 수출의 40%, 해외투자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중국의 경기둔화는 대만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대만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연평균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다가 2011년부터 3∼4%대로 감소했다. 2015년엔 중국 성장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0.8∼0.9%라는 최악의 경제성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때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한국의 37%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특히 산업체들이 대거 중국으로 떠나는 바람에 일자리가 줄어들어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마잉주 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이들 20∼30대는 이른바 '22K세대'(초임 2만2천 대만달러, 약 80만원)로 불린다.
지난 2014년 3월에는 대학생들이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비준에 반발해 입법원 본회의장에서 장기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는 결국 같은 해 11월 열린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의 참패로 이어졌으며 그 이후에도 대만 경제는 별다른 해법 없이 난맥상을 보였다. 그 결과 국민당은 민진당에8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막판에 한국의 다국적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17)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을 계기로 대만독립 문제가 다시불거진 것도 표심에 영향을 줬다.
투표 당일까지 차이 후보는 '쯔위 사건'을 언급하며 "많은 국민이 마음 아파하고 심지어 분노까지 느끼고 있다"며 "국가와의 일체감을 표시하는 행위까지 억누르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제 문제에 묻혀 있던 대만의 정체성과 독립 문제가 휘발성이 강한 연예인 사건으로 민진당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