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딸 금사월' 종영 ②, 주인공보다 빛나는 '열일'한 악인들

입력 : 2016-02-29 08: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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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징악 형 막장드라마에는 두 가지 부류의 존재가 필요하다. 하나는 악인들에게 끊임없이 당하고, 상처 받고, 위기에 처하면서도 이를 용서하는 착한 마음을 가진 주인공. 또 하나는 이러한 주인공을 괴롭히다 끝내는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악인들이다.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도 이 같은 형태가 유지된다. 착하다 못해 답답한 여주인공 금사월(백진희)과 신득예(전인화), 그리고 이러한 주인공을 괴롭히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열일(열심히 일)’한 두 인물 강만후(손창민)와 오혜상(박세영)이 있다.
 
강만후는 주인공인 금사월(백진희)보다는 그녀의 친엄마인 신득예(전인화)가 복수를 꿈꾼 대상이다. 모든 사건의 원인 제공자인 강만후는 자신의 욕심으로 신득예의 아버지가 세우려고 한 ‘천비궁’의 소나무를 몰래 훔치거나, 신득예의 아버지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 뒤 정신병원에 가두기도 했다. 특히 그는 금사월이 있던 고아원이 부실공사로 다 무너졌음에도 오혜상을 시켜 발뺌하거나, 오월(송하윤)을 공사현장에서 밀어버려 기억을 잃게 만드는 등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오혜상의 악행은 더욱 가관이다. 어린 시절 혜상은 자신이 오민호(박상원)의 친딸이 아니라는 비밀을 알고 있는 오월을 고아원이 무너지는 데도 가뒀다. 특히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또 다른 존재 강만후가 고아원 붕괴 사고 책임을 오혜상의 친아빠인 원장에게 뒤집어 씌우라고 하자 그렇게 하기도 했다.
 
떡잎부터 남다르다고 했던가. 어른이 된 혜상의 악행은 더욱 진화한다. 금사월이 만든 설계를 자기 멋대로 바꿔 부실 공사를 초래, 강만후와 함께 오월을 협박했고 더 나아가 오월이 현장에서 떨어지게 만들었다. 또 자신의 친아버지를 알게 된 오월을 자신의 차에 태워 사고를 낸 뒤 자신만 빠져나왔다. 그런 뒤엔 자신과 결혼한 주세훈(도상우)이 실은 오월의 친오빠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불안에 떨었다.
 
모든 막장드라마가 그러하듯, 결국 강만후와 오혜상의 악행은 세상에 낱낱이 밝혀지게 됐다. 강만후의 비리는 만천하에 알려졌고, 오혜상은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물론 착한 우리의 주인공 금사월은 마지막에 오혜상을 용서하는 듯, 오혜상에게 새로 지은 고아원 사진을 보내줬다.
 
강만후와 오혜상의 악행은 치를 떨게 함에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였다. 막장드라마 요소인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넣기는 이들이 철저하게 보여줬다. 답답한 주인공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강만후와 오혜상의 악행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행한다는 점에서 ‘사이다’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
 
더군다나 강만후를 연기한 손창민은 늘상 보던 악인 캐릭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내 눈길을 끌었다. 신득예의 아버지를 몰래 가두긴 했지만, 그녀를 향한 사랑은 진심이었던 탓에 남다른 사랑꾼 면모를 보이며 애교를 떨치기도 한 것. 또 두뇌회전이 빠른 듯 보이면서도 중간 중간 허당끼 넘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결국 ‘내 딸, 금사월’을 살려낸 건 ‘열일’한 악인인 강만후와 오혜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MBC 제공
 
유은영 기자 ey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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