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구 박사의 글로벌 時事 펀치] 트럼프의 막말 소동

입력 : 2016-04-11 10:10:15 수정 : 2016-04-11 10: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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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보다 감성 앞세운 '막말 종결자'

 정치가의 막말이 구설에 오르는 일은 적지 않다.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는 일본 정치가들의 `망언'을 떠올리지만, 꼭 그들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연탄배달 봉사를 하다가 나이지리아 출신 유학생의 피부에 연탄 색깔을 비유하는 어이없는 발언을 했다가 사과했다.

 최근 언론에 등장하는 '막말 종결자'는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다. 정치가는 말을 통해 유권자를 설득하지 못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트럼프가 막말을 계속하는 것은 논리나 이성적인 설득보다 다소 거칠지만 감성적인 호소에 친근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태평양 건너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갖는 것은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 따라 한미관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美 외교의 네 가지 전통

 미국외교정책 전문가인 월터 미드는 미국외교의 전통을 네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국제무역을 중시하여 대외관여에 적극적인 해밀턴주의자. 둘째, 미국적 민주주의와 가치를 전 세계로 확대하는 것을 도덕적 책무로 보는 윌슨주의자. 

 셋째, 국내안정과 발전을 중시하여 대외적인 관여에 소극적인 제퍼슨주의자. 넷째, 미국 국민의 물질적인 안전과 경제적 번영을 최우선해 이를 위해서라면 군사력 행사도 마다하지 않는 잭슨주의자. (Walter Russel Mead, Special Providence: American Foreign Policy and How It Changed the World, Routledge, 2002)
 
 초대 워싱턴 대통령 밑에서 재무장관을 했던 해밀턴을 제외하면 모두 대통령을 역임했던 인물들이다. 건국 이후 남북전쟁에 이르는 시기의 대통령은 국무장관이나 외교관, 군인 출신이 많았지만, 윌슨 이후 2차 대전의 영웅 아이젠하워와 중국대사 출신의 아버지 부시를 제외하면 국무장관이나 외교관 출신이 대통령이 된 적은 없다. 연방의원과 주지사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미국 어느 행정부의 외교도 네 가지 전통 중 어느 하나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것들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있다. 국내정치와도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 당내 경선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보다 전당대회에서 후보가 확정되는 7, 8월이 되면 외교정책의 윤곽이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트럼프는 위험한 고립주의자"

 지난 3월 26일 트럼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하는 것을 용인할 수 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또 자신은 "고립주의자가 아니라 미국 제일주의자"라면서 `세계의 경찰관'이 아닌 미국의 부담 경감을 위해 미군의 철수를 포함해 동맹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교문외한 트럼프에 대한 비판이 당내 경쟁자들로부터 분출했다. 존 케이식(오하이오 주지사)은 군통수권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으며, 테드 크루즈(텍사스 주 상원의원)는 `위험한 고립주의자'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워싱턴 핵안보 정상회의 후의 기자회견에서 오바마는 한일 양국과의 동맹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에서의 `초석'이며 "역내 국가들 사이에서 핵개발 경쟁과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막아왔는데," "이런 중요성을 인식 못하는 사람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발언은 동맹정책은 물론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문제다. 그것이 공화당내 지지자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으며,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이 모두 정책으로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카터는 주한미군의 완전철수를 공약으로 제시했었지만, 군부와 의회, 여론의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세계가 글로벌화한 지금 그 이면에 세계적인 반미정서 확산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하며, 미국이 자국중심의 단독행동을 하면 할수록 반미정서는 더 확산될 것이다. 이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로서 자격이 없다. 

 선택은 미국 국민의 몫이지만 결과는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가 트럼프의 막말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는 이유다.

조진구(도쿄대학 법학박사, 국제정치 전공,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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