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맞아도, 폭발 사고를 당해도, 1년간 포로로 잡혀 모진 고문을 당해도 꿋꿋이 사랑하는 연인 곁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가 그랬다. 다만 아쉬웠던 건 개연성 부족이다.
하지만 극 중 유시진을 연기한 송중기는 이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봤다. "멜로 드라마에 필요한 요소"라며 만족스러워했다. 판타지가 가미된 멜로 드라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15일 오후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불사조라는 별명이요? 맞는 말 같아요"라며 "많이 살아나긴 하더라"고 웃음을 비쳤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며 "기본적으로 멜로 드라마인데, 그런 부분은 멜로를 강화시키기 위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대사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손과 발을 오그라들게 만든다는 말에 그는 "(시청자의) 취향 차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느꼈다면 그 의견을 존중한다"고 답했다.
여기에 자신감이 더해졌다. 그는 "단점이 있으면 장점으로 보완하면 된다"며 "오글거리는 대사를 내가 가진 색깔로 버무리면 되지 않으냐"고 받았다.
그런 송중기가 직접 뽑은 최고의 명대사가 궁금했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15회 엔딩 장면을 꼽으며 "얼마 전 광고 현장에서 방송을 보던 중 '그 어려운 걸 제가 자꾸 해냅니다'라는 대사가 와닿았다"고 말했다.
해당 장면은 1년 만에 돌아온 유시진이 강모연(송혜교)의 귀여운 투정에 내놓은 대답이다. 송중기는 "사전제작 드라마다보니 과거 내가 했던 대사들이 가물가물하다"며 "얼마 전 다시 보니 또 다른 감정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대본에 만족감을 표한 그도 다소 의아한 장면은 있었다. 안방에 설렘을 선사했던 유시진과 강모연의 와인키스 장면이다. 송중기는 "이렇게 빨리 키스를 해도 되는거냐"고 반문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두 인물의 감정이 올라온 상태였는지 궁금했고, 자칫 가벼워보이진 않을까 노심초사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행히 시청자들의 반응은 좋았다. 그는 "와인키스 장면을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며 "시청자분들이 빠른 전개를 좋아해주시더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안도했다.
부족했던 개연성에도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건 송중기표 멜로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낯뜨거운 대사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비결은 기초에 충실한 태도였다.
"가장 중요한 건 대본이예요. 대본에 나와있는대로만 충실한다면 된다고 생각해요. 작가의 마음에서 왜 이 장면을 썼는지 생각했던 것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사진=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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