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한 볼과 도톰한 입술, 짙은 쌍꺼풀. 여기에 동그란 눈을 더욱 크게 뜬 채 은연중 내뱉는 몇마디 말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다. 다소 어려 보이는 귀여운 얼굴에서 나오는 예상치 못한 언사에 시청자나 관객들은 웃음을 연방 터트린다. 배우 안재홍이 연기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김정봉이 그랬고, 영화 '위대한 소원'의 갑덕 또한 그랬다.
지난 20일 개봉한 남대중 감독의 '위대한 소원'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고환(류덕환)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갑덕(안재홍)과 남준(김동영)의 이야기를 그린다. 고환의 마지막 소원은 여자와 '자고 싶다'는 것인데 과연 꿈이 이뤄질까?
'응팔' '족구왕'의 배우 안재홍
엉뚱하지만 착한 갑덕 役 맡아
시한부 선고 받은 고교생 절친
마지막 꿈 들어주는 고군분투기
"20대 때 친구와의 추억 떠올라
11년째 연기인생 외길 걸을 것"
단편 '검은돼지' 연출·편집도
■착하고 엉뚱한 역할로 활력소
안재홍이 연기한 고교생 갑덕은 고환과 남준의 '절친'이다. 앳돼 보이면서 어리바리한 그는 쉽게 상상하지 못할 말들을 툭툭 내뱉는다. 엉뚱한 친구로 통하는 갑덕은 영화의 코믹한 분위기를 시종 이끈다. 특히 이런 모습은 '응팔'의 김정봉을 떠올리게 한다.
안재홍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두 캐릭터에 대해 "엉뚱하지만 착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도 "갑덕이 '족구왕' '응팔' 등 앞선 작품과 다른 게 있다면 '불량스러운 착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실적인 고등학생으로 보이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는 요즘 고교생으로 변신하는데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고. 실제 그들이 쓸 법한 대화는 물론 미지의 세계인 '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직설적인 표현들을 잔뜩 쏟아낸다. 자칫 위험하거나 불편하게 느낄 법도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미성년의 세계에서 보는 '미지의 세계', 그 벽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 모습은 귀여운 동시에 다소 경박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시청자나 관객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안재홍의 진실한 연기에 있다. 그는 실제로도 영화와 같은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제가 극중 맡은 갑덕을 연기하면서 20대 때 제 경험이 많이 생각났어요. 고환처럼 아픈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가기도 했죠. 또 후반부에 고환이 침대에 누워 힘들게 숨을 쉬는 모습을 갑덕이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옛 기억이 떠올라 많이 슬펐어요."
사진은 갑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안재홍. 강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