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과 강렬함이 만났다. 슈가맨으로 소환된 박혜경과 도원경은 여전한 가창력으로 건재함을 알렸고, 엑소와 EXID의 역주행송은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켰다.
24일 방송된 JTBC '슈가맨'에서는 그룹 엑소의 찬열-첸과 EXID의 하니-솔지가 쇼맨으로 출연해 남여아이돌간의 역주행송 대결을 펼쳤다.
이날 두 팀의 쇼맨은 원조 가수가 출연하기도 전부터 불꽃 튀는 전초전을 펼쳤다. 최근 경연 프로그램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뒀던 희열 팀의 솔지는 빅마마의 '체념'을 호소력 짙게 소화했고, 재석 팀의 첸은 자신의 솔로곡 '썸타'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선보였다.
이어 첫 번째 원조가수로 등장한 가수는 밴드 더더의 보컬이었던 박혜경이었다. 박혜경은 더더의 대표곡 '내게 다시'를 특유의 깨끗한 목소리로 소화하며 등장했다.
이날 박혜경은 과거 더더의 인기를 언급하며 "그 당시에는 정말 용달차로 CD가 매일 배달갔다"며 "하루에 몇 만장씩 판매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어 "TV에 나가서 얼굴을 공개했는데 그 다음날부터 판매량이 몇천 장으로 줄더라. '나의 신비로운 그녀는 어디갔을까'하는 반응이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MC 유희열도 이에 공감했다. 그는 "과거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나갔는데 나의 앞 순서가 배우 이병헌이었다. 내가 무대에 오르는데 관객들이 나를 오징어 보듯이 보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박혜경은 자신의 수많은 히트곡을 메들리로 선보였다. 자신을 대중에게 알린 '고백', 1집 앨범의 타이틀곡 '주문을 걸어', CF 송으로도 유명한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등을 연이어 소화하며 청중은 물론, 패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무대를 마친 박혜경은 눈시울을 붉혔다. 4년 전 성대결절로 다시는 노래를 못할 것 같았다고. 그녀는 "다시는 가수를 안하려고 했다. 그래서 중국에서 살고 있었다"며 "정말 많이 연습했는데 완창해서 기분이 너무 좋다"며 기쁨의 눈물을 보였다.
이후 재석 팀의 슈가맨으로는 1993년 데뷔한 가수 도원경이 등장했다. 그녀는 '다시 사랑한다면'을 부르면서 스튜디오에 등장하며 30대, 40대의 불을 환하게 밝혔다.
도원경은 자신이 국내 최초의 여성 로커가 된 배경을 설명하며 말문을 열었다. 도원경은 "당시에는 강수지와 같은 예쁘고 청순한 여가수들이 많을 때"라며 "회사의 권유로 록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때문에 도원경의 이미지는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다들 리본 달 때 나는 체인을 달았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회사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지만) 어느 순간 록은 내 삶의 일부가 됐다. 계속 하다보니 사랑하게 되더라"며 록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슈가맨'에 출연한 배경에 대해 '다시 사랑한다면'을 작곡하기도 한 가수 김태원을 꼽았다. 도원경은 "엑소가 쇼맨으로 노래를 부른다고 하니까 저작권료를 언급하며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며 기뻐하시더라"고 폭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 '환상의 하모니' 찬열X첸, 최종 우승
희열 팀의 하니와 솔지 듀오는 박혜경의 '내게 다시'를 브로드웨이 뮤지컬 형식으로 재해석, 경쾌한 무대를 꾸몄다.
이어 찬열과 첸은 호소력이 짙은 도원경의 '다시 사랑한다면'을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맞춘 록발라드로 편곡해 세련된 매력을 선보였다. 특히 래퍼 찬열은 첸과 함께 보컬을 소화하며 숨겨왔던 재능까지 드러냈다.
투표 결과 단 4표 차이로 찬열과 첸이 승리를 거뒀고, 재석 팀은 2연승의 상승세를 타게 됐다.
박혜경은 "선배의 노래를 후배들이 재해석해서 부르는 무대가 너무 사랑스럽다"며 "선후배가 공존하는 자리가 의미있는 것 같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또 도원경은 "위경련이 다 나은것 같다"고 웃은 뒤 "찬열과 첸이 너무 멋있게 불러줘서 감동받고 돌아간다"고 기뻐했다.
사진='슈가맨' 방송 캡처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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