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었어요.”
배우 김민희는 처음으로 노출을 감행했다. 시대극도 처음이다. 또 일본어로 연기해야 했다. 많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웃는 얼굴로 “그런 것들이 재밌었다”고 말했다. 영화 ‘아가씨’는 그녀에게 말 그대로 ‘재밌는’ 작업이었다.
김민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힘들다고 생각하면 힘들 수 있는데, 소화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나선 쉬웠다”며 “시나리오 읽었을 때 재밌었고, 나중에 다른 배우가 하는 걸 상상하니까 내가 하고 싶더라”고 선택 이유를 들려줬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아가씨와 백작 그리고 하녀와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 중 아가씨를 연기한 김민희는 하녀 숙희 역의 김태리와 동성 베드신을 가장 부담되는 장면으로 꼽았다. 그녀는 “필요한 요소고,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촬영은 조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여느 베드신과 달리 굉장히 수다스럽다는 점에서 안도했다. 또 남녀 간의 뜨거운 애정신이 아니라는 점도 편한 요소.
김민희는 “관능적인 것만이 아닌 여러 가지를 보여줄 수 있는 신이 된 것 같다”면서 “친밀감도 느껴지고, 재밌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아무래도 여성이니까 서로 마음을 잘 아니까. 그런 부분이 편했다”고 호흡을 자랑했다.
특히 하녀 숙희가 아가씨의 이를 갈아주는 장면은 노출 없이도 관능적인 공기를 마구 뿜어낸다. 이에 대해 그녀는 “궁금했는데 잘 봐주신 것 같다”며 “불편한 건 전혀 없었는데, 그 친구는 어떨지”라고 말했다. 이어 “시나리오상에는 하얀 이가 보인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 치과에서 벌리듯 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그 분위기는 아니고”라면서 “상상하면 이가 시릴 것 같다”고 엉뚱한 답변으로 웃음 짓게 했다.
처음 경험했던 시대극에 대해서도 “그동안 했던 작품들에서 화려한 의상이나 헤어 등을 해본 적 없다”며 “화려하고 재밌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도 “쉴 때는 헤어와 의상이 불편하긴 했다”며 “몇 시간 걸리는 그 머리를 옛날 사람들은 매일 어떻게 했는지”라고 농담을 더했다.
극 중 야릇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낭독회에서 그녀는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뽐냈다. 여기에 시대적 배경과 아가씨의 신분이 더해지면서 정확한 일본어가 필요했다. 한국인이 하는 일본어 발음이면 안 됐던 것.
김민희는 “정말 잘하고 싶었다. 대충 흉내 내는 건 싫었다”며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나중에는 입에 익더라. 그러면서 술술 나오는 데 정말 재밌었다”고 자랑했다. 또 “낭독하면서 연기하는 신에서도 일어는 자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재미’를 더해 연기한 결과는 성공적이다. 또다시 도약한 김민희의 성장을 볼 수 있다. ‘잘하고 싶은 욕심’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보다 시나리오를 만난 ‘운’이 컸다고 손을 저었다. 특히 ‘화차’에서는 캐릭터를 만들고,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는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다양하게 장르는 넘나들며 캐릭터의 폭을 넓히고 있다.
김민희는 “다양한 장르,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선택한 건 아니다. 들어오는 시나리오 안에서 그런 것들을 만났으니까 운이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점 나이 들면서 편해지는 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요. 나이 드는 것에 대해 걱정 없이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래서인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게 재미있고, 그 부분에서는 열려있다고 생각해요.”
사진=강민지 기자
황성운 기자 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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