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원더걸스와 AOA는 오랜 시간 가요계에서 활동하며 많은 히트곡을 배출시킨 만큼, 무엇을 하든 어떤 선택을 하든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들이 선택한 각각의 변화는 사뭇 다른 방식이어서 흥미롭다.
최근 약 3주간의 활동을 마친 원더걸스는 댄스그룹으로 시작해 밴드로 탈바꿈 했고, AOA는 아이돌 최초 여자 밴드로 시작했다가 댄스그룹으로 전향했다. 이들 두 팀은 장르를 바꾸면서 ‘음악성’을 얻거나 ‘대중성’을 얻거나, 어쨌든 무언가를 득했다.
■ 10년차의 자부심? 밴드로도 성공한 원더걸스
우선 5인조 댄스그룹으로 데뷔한 원더걸스는 꽤나 굴곡진 멤버 변화를 겪어야 했다. 현재 포미닛을 거쳐 솔로로 전향한 현아가 원더걸스 초기 멤버였으나 1집 활동 이후 탈퇴했다. 이후 유빈을 영입한 뒤에도 멤버 선미의 탈퇴 이후 재합류, 혜림의 영입, 소희와 선예의 탈퇴 등 변화가 이어졌다.
다사다난 했지만 원더걸스가 가요계에 큰 획을 그은 것은 분명하다. 소녀시대와 함께 걸그룹 2세대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원더걸스는 ‘텔미’(Tell me), ‘노바디’(Noboday) ‘소 핫’(So hot) 등의 히트곡을 발표했다. 이후 미국 진출도 감행했다.
하지만 원더걸스에겐 새로운 변신과 시도가 필요했다. 굴곡진 멤버 변화를 겪으며 과도기를 지나야 했던 만큼,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했던 것. 그렇지 않고서야 물밀듯 밀려드는 3,4세대 걸그룹 홍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이에 원더걸스 유빈 선미 예은 혜림은 지난해 ‘리부트’(Reboot) 앨범을 통해 밴드로 출사표를 내던졌다. 각 멤버들은 드럼과 기타, 베이스 등의 악기를 다루며 차별화된 콘셉트를 선보였다.
물론 이때 대중은 반신반의 했다. 댄스그룹으로 8년의 시간을 보낸 이들이, 밴드를 흉내내기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원더걸스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또 한 번 밴드로서의 전력을 다지는 앨범을 내놨다. 지난 5일 발표한 싱글 앨범 ‘와이 소 론리’(Why so lonely)다.
동명의 타이틀 곡 ‘와이 소 론리’는 원더걸스가 처음 시도하는 레게팝 장르의 곡으로, 멤버 선미와 혜림이 작곡가 홍지상과 함께 작곡했다. 또 유빈과 선미, 혜림이 작사하는 등 처음으로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의 곡이 아닌 자작 타이틀을 내놨다. 이는 공개 직후 실시간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각종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변화를 맞이한 원더걸스의 노력이 통한 순간이었다.
원더걸스는 3주 동안 ‘와이 소 론리’로 활동하며 행복을 만끽했다. 10년차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고, 또 밴드로도 변신을 감행해 앞으로 달라질 모습을 예고한 것이기 때문. 발표 3주가 지난 지금까지 ‘와이 소 론리’는 음원차트 10위권 내에서 그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 밴드 실패, 역시나 성공요인은 댄스
원더걸스와는 상반된 행보를 보인 걸그룹이 있다. 바로 AOA(Ace of Angels)다. AOA를 7인조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은 지민 초아 유나 유경 혜정 민아 설현 찬미 등으로 구성된 8인조다.
AOA는 2012년 첫 번째 싱글 앨범 ‘엔젤스 스토리’(Angel’s story)를 발표하고 타이틀 곡 ‘엘비스’(ELVIS)로 활동했다. 데뷔 당시부터 AOA는 밴드와 댄스버전 두개를 내놓고 활동했다. 밴드 유닛인 AOA 블랙은 지민 초아 민아 유나 유경이 속해 색다른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또 이들은 댄스팀인 혜정 설현 찬미와 완전체로 모여 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AOA는 밴드 유닛으로 ‘모야’(MOYA)라는 앨범을 발매한 뒤, 완전체로 ‘레드 모션’(RED MOTION) 등 몇 차례 더 활동을 하긴 했으나 주목 받진 못했다. AOA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발표한 ‘짧은 치마’부터다. ‘짧은 치마’ 이후 ‘단발머리’ ‘사뿐사뿐’ ‘심쿵해’까지 연달아 모든 곡들을 히트 시킨 AOA는 대세 걸그룹 반열에 올랐다. 밴드 유닛을 버리고 여타의 다른 걸그룹과 마찬가지로 섹시를 내세운 댄스 장르에 집중한 결과다.
드럼을 담당했던 멤버 유경은 밴드 콘셉트로 활동하지 않는 AOA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탈퇴설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경의 공식 활동은 2013년 ‘모야’가 마지막이다.
섹시를 장착한 AOA는 확실히 성공을 거뒀다. 밴드와 댄스가 모두 가능한 걸그룹으로 시작을 했다지만 밴드로서 자리를 잡지 못한 AOA가 선택할 수 있었던 길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짧은 치마’ ‘단발머리’ 등 확실한 반응을 받는 섹시 콘셉트로 댄스팀을 운영하는 것이 인지도를 쌓지 못한 AOA에게 남겨진 단 하나의 선택지였다.
이와 관련해 AOA 멤버들은 간간히 “밴드 연습은 계속 하고 있다. 댄스 활동으로 얼굴을 더 알리고 나서 그 다음에 좋은 밴드 활동을 보여주겠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2년째 감감 무소식이다. 어쨌든 AOA는 노선을 바꾼 덕에 확실히 대중성과 인지도를 얻었다. 지난 5월 발매한 해상구조대 콘셉트의 네 번째 미니 앨범 ‘굿 럭’(Good Luck)은 섹시 콘셉트를 더욱 확실히 각인시켰다.
물론 노선을 바꾼 두 팀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는 여전히 팽배하다. 어쨌든 두 팀은 각기 다른 행보로 ‘음악성’을 얻거나 ‘대중성’을 얻거나, 어쨌든 무언가를 얻으면서 정글 같은 가요계에서 살아남았다.
유은영 기자 ey20150101@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