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이 생각하는 김정호의 위대함 (인터뷰)

입력 : 2016-09-17 17: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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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승원은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이하 ‘고산자’) 촬영 덕분에 전국 방방곡곡을 눈에 담았다. 제주도 마라도부터 백두산 천지까지, 발품을 팔아가며 아름다운 곳을 찾았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이 풍광은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촬영 때문이라지만, 그의 눈이 새삼 부러웠다. 이에 대해 정작 본인은 “아름다운 풍광은 엽서로 봐야죠”라고 너털웃음이다.
 
차승원은 본보와 인터뷰에서 “평소 (풍광 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찾아가지도 않는 편”이라며 “지금은 뭔지 모를 좋은 느낌이 있다. 나이가 드니까 싫지만은 않은 그런 느낌”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그런 그도 직접 본 백두산 천지의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다. 그는 “실사가 더 좋을 때도 있고, 화면이 더 멋져 보일 수도 있다”면서 “백두산은 다 담지 못한 것 같다”고 기억했다. 
 
“운 좋게 날씨가 정말 좋았는데, 실사 같지 않더라고요. 백두산의 광경이 눈앞에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게 뭐야’ 싶었어요. 신비로운 분위기가 있었죠. 이와 더불어 멀리서 바라보는 성산 일출봉도 근사하더라고요.”
 
이처럼 그가 전국을 누빈 이유는 역사상 최고 지도로 꼽히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삶을 그리기 위함이다. 또 스크린에 비친 차승원의 모습에는 완벽한 지도 만들기를 향한 김정호의 노력과 고생이 고스란히 표현됐다.   
 
이에 그는 “고생스러워 보이는 영화인데 그만큼 고생하진 않았다”고 오히려 웃음이다. 이어 “화면에 나오는 것보다 덜 고생했다는 건 굉장히 경제적으로 찍었다는 의미”라며 “물량이 덜 투입된 게 아니라 배우의 감정을 쓸데없는데 소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영화 속 그의 말투는 외형적인 모습과 함께 또 하나의 특징이다. 보통의 사극에서는 보기 힘든 차승원만의 언어로 표현됐다. 
 
그는 “김정호가 지도에 미쳐있는 사람이지만, 여러 가지로는 허술한 사람”이라며 “의도했다기보다 옷을 입으니까 말투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그걸 굳이 막거나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많이 풀어놓고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며 “나름 편하게, 자유롭게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정호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다는 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차승원은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대동여지도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그는 “그분의 기록이 이렇게 없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었다”며 “몇 가지 사실로 추측하고 상상하는 게 전부”라고 토로했다. 
 
“스무 살 이전에 지리지를 편찬했고, 여러 장의 지도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가지고, 당시 실력자인 흥선대원군을 만나보지 않았을까 상상하는 거죠. 또 김정호의 신분을 생각했을 때 권력자가 아닌 일반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고 목판으로 제작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위대한 거죠.” 
 
이처럼 대동여지도 외에 알려진 게 없는 김정호를 끄집어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차승원은 “모든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 않나”라며 “우리 사회가 이런 인물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번 작품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말한 그는 “이 영화로 한 획을 긋겠습니다, 이런 건 아니다”며 “흥행을 떠나 후루룩 지나가는 과정은 아닌 것 같다. 일련의 과정에서 중요한 지점이 아닌가 싶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제작자’가 아닌 ‘감독’ 강우석과 첫 호흡을 맞춘 것도 차승원에게는 큰 의미다. 그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제작자 강우석은 어려웠던 사람이자 불편한 존재였다. “연출이 아닌 제작이었다면 안 했을 것”이라고 속내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런 기억과 달리 현장에서 만난 감독 강우석은 완벽하게 달랐다. “이 역을 맡은 것보다 강우석 감독과 작업했던 게 더 남는다”고 말할 정도다. 또 그는 “철옹성 같은 제작자가 아니라 사람이었는데, 사람 자체가 너무 좋았다”고 돌아봤다.
  
사진=강민지 기자 
 
황성운 기자 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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