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승, 취권에 취하다 (인터뷰)

입력 : 2016-09-22 11: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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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권과 현대 액션의 만남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어요.”
 
배우 이주승은 올해 우리 나이로 스물여덟이다. 취권을 즐겼던 세대는 아니다. 당연히 이에 대한 추억이나 기억은 많지 않다. 한때를 풍미했던 홍콩 무협 영화에 대한 향수도 없다. 그런 그가 추억의 무술인 취권을 꺼내 든 영화 ‘대결’의 주연을 맡았다. 
 
이주승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땐 명절에 항상 봤던 것들이다. 제대로 본 건 별로 없지만, 친근하게는 느껴진다”고 말했다.
 
취권으로 복수한다는 내용을 처음 들었을 때 그는 “이상한 영화”라고 생각했을 정도. 지금의 10~20대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선택한 이유는 궁금증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취권을 해보지 않았기에 궁금증이 있었다”며 “주짓수, 칼리아르나스 등이 취권과 붙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취권이 현대 액션을 만나 새로운 액션물을 창조한 느낌”이라고 자신했다. 
 
상업영화 첫 주연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덥석 잡은 게 결코 아니었다. 그는 “(상업영화 주연) 욕심은 별로 없었다. 혼자만으론 힘드니까”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걱정이 많았는데 선배들이 잘 커버해 준 것 같다”며 “신정근 선배는 코믹 부분을 잘 살려줬고, 오지호 선배는 액션을 채웠다. 의지하고 배우면서 부담이 점점 없어졌다”고 말했다. 
 
극 중 이주승이 연기한 풍호는 취준생으로, 형의 복수를 위해 황노인(신정근)에게 취권을 배워 한재희(오지호)에 맞서는 인물이다. 그가 신경 썼던 건 ‘취준생’과 취권이다. 
 
이주승은 “취권도 만화적인데 캐릭터까지 비현실적이면 너무 만화 같은 영화가 나올 것 같았다”며 “취준생의 선을 잡아놓고 밖으로 벗어나지 않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촬영 전부터 취준생 캐릭터를 확실하게 잡았던 건 취권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는 “취권이 중요한 영화인데 그게 흐지부지하면 안 될 것 같았다”며 “그렇다고 액션에 신경 쓰다 보면 연기적인 고민을 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촬영 전에 캐릭터를 철저하게 만들어놓고 임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태권도 4단의 실력자다. 영화 속 액션이 남들보다는 수월했을 것 같지만, “전혀 도움이 안 됐다”고 손을 저었다. 
 
“어려서부터 태권도를 했으니까 다리 찢는데 남들보다 유연해서 수월했죠. 나머진 전혀 안 됐죠. (웃음) 처음부터 다시 배웠죠. 어떻게 때리고, 맞아야 하는지. 일주일에 이틀 취권, 이틀 액션을 4개월 정도 했어요.”
 
무엇보다 치열한 혈투를 펼치는 액션 대결에서는 오지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두 사람은 신장 차이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무술도 다르다. 오지호는 필리핀의 살상용 무예인 칼리아르니스를 보여준다.
 
이에 이주승은 “무술과 현대 액션의 리듬과 템포가 달라서 합을 맞추는 데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잘 맞았다 보다는 많이 의지했다”며 “비슷한 수준의 배우와 했으면 이런 액션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오지호와 달리 취권을 전수해주는 신정근과는 유쾌한 ‘케미’를 드러낸다.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이미 부자 호흡을 맞췄던 사이다. 그는 “그때도 취준생 캐릭터였는데, 만날 혼나면서 티격태격했다”고 기억했다. 또 “액션 스쿨에서 취권을 배우면서 쌓였던 정이 황노인과 풍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완벽 호흡을 자랑했다. 
 
 
■ 세 번째 연기 인생의 시작
 
상업영화 주연 데뷔작이지만, 이미 독립영화계에서는 알아주는 배우이자 스타로 통한다. 하지만 변요한, 류준열 등 독립영화에서 활약했던 배우들이 최근 상업영화계에서 스타로 떠오른 것에 비해 이주승의 속도는 다소 더디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그는 “자극받는다”며 “질투 시기가 아니라 스타가 됐는데도 전과 똑같이 사는 게 큰 자극”이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잘 되는 게 희망적이고 좋은 현상인 것 같다”며 “그래야 비슷한 배우들도 많아지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연기를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 가까이다. 그사이 군대도 다녀왔고, 2004년 ‘셔틀콕’으로 부일영화상 신인연기상,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 등을 수상하며 ‘꽃길’을 여는 듯했다. 
 
이주승은 “‘셔틀콕’ 이후 오히려 영화 쪽에서 잘 안 풀렸다”면서 “그러면서 드라마를 하게 됐는데, 겹쳐서 찍다 보니 힘들더라. 그래서 잠시 쉬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군대 전후를 배우인생 1,2로 나눈다면, ‘대결’은 배우인생 3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며 “뭔가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의미를 더했다. 
 
“지금까지 조금씩 발전해오고, 모든 면에서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 번에 뭔가 잘되는 게 오히려 두려워요. 그걸 버틸만한 인성이 안 된 것 같기도 하고, 허무할 것 같거든요. 지금처럼 조금씩 해나가는 게 즐겁고 재밌을 것 같아요.”
 
사진=강민지 기자
 
황성운 기자 jabo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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