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여군에게 성관계를 시도한 혐의를 받은, 전 미군 배속 한국인 사병(카투사)에게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25일 서울고법 형사8부(이광만 부장판사)는 강간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A(22)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카투사 병장이던 지난해 12월 오후  경기도 동두천의 자기 숙소에서 미군 이병이었던 B(19·여)씨가 거부하는데도 강제로 성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지난해 10월 A씨가 속한 사단 보충대에 처음 배속돼 전입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서로 알게 됐다. 이후 두 사람은 휴대전화 메시지로 자주 연락을 주고 받으며 관계가 진전됐다.

사건 당일 A씨는 "좀 더 진도를 나가고 싶다"고 말하자 B씨는 "그러고 싶지 않다, 그만하지 않으면 (A씨 숙소에서) 나가겠다"며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그러면 너를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고 몇 분 뒤 B씨와 성관계를 했다.

성관계 도중 A씨가 "지금 내가 너를 성폭행하고 있느냐"고 묻자 B씨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A씨는 성관계를 멈춘 뒤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이에 B씨는 A씨 머리를 쓰다듬으며 "용서한다, 이해한다"는 취지로 말하고 부대로 복귀했다.

A씨는 그러나 B씨에게 '내가 너를 강간했었다'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수사 중에도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B씨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가 이뤄졌다 해도 A씨가 폭행·협박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도 "B씨가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하거나 A씨를 뿌리치지 않았고 스스로 옷을 벗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심은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박홍규 기자 4067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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