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려진 시간' 배우 강동원 "쏜살같은 시간 부여잡으려 오늘도 연기해요"

입력 : 2016-11-03 19:11:37 수정 : 2016-11-06 11: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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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동원은 영화 '가려진 시간'에서 멈춰진 세계에 갇혀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은 열세 살 자체에 머무르게 된 '어른아이'인 성민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박찬하 기자

사제복('검은 사제들')과 죄수복('검사외전')을 벗고 후드티 입은 어른아이('가려진 시간')가 돼 돌아왔다.

배우 강동원(35)을 두고 하는 말이다. 상업과 예술영화를 오가며 흥행 타율까지 좋은 그는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가려진 시간'을 처음 본 소감과 촬영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작품 소재로 쓰인 '시간' 이야기도 한보따리 풀어놓았는데 시사회 이후 반응이 좋아서일까. 그의 표정은 한층 밝아 보였다.

시공간 속 갇힌 어른아이 열연
소녀 수린에 대한 사랑 이야기

CG 많은 판타지라 어려웠지만
촬영 현장서 베테랑 역할 '톡톡'

극 중 비누 조각 부유하는 장면
감독에게 아이디어 제시하기도

'가려진 시간'은 그의 전작 '초능력자'와는 또 다른 판타지로, 의문의 실종사건 후 시공간이 멈춘 세계에 갇혀 홀로 몸만 어른이 돼 돌아온 성민과 그의 말을 믿어준 단 한 소녀 수린(신은수)의 믿음과 사랑에 대한 스토리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춘 시공간에 갇혀 갑자기 몸만 어른이 된 성민을 맡았다.

■연이은 흥행으로 '충무로의 귀한 몸'

그는 요즘 무척 '귀한 몸'이다. 전작 '검은 사제들'(540만), '검사외전'(980만)을 연이어 성공으로 이끌었다. 명실상부한 티켓파워 배우로 입지를 더욱 다졌다.

오는 16일 '가려진 시간' 개봉에 이어 다음 달에는 영화 '마스터'까지 선보인다. 게다가 내년까지 촬영 스케줄이 촘촘히 잡혀있다. 작품을 하는 족족 크게 흥행하자 소위 '바쁜 몸'이 됐다.

"한 달 이상 못 쉬겠더라고요. 쉬는 걸 안 좋아해요. 아무 목적 없이 여행을 떠나는 것도 안 좋아하고. 촬영현장에 있는 걸 좋아해서 요즘엔 취미생활인 가구 만들기도 못해요. 올해 흥행 타율도 좋아서 계속 일하게 되네요. 하하."

그렇다면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

"작품 선택 기준이 특별히 있는 건 아니지만 당시 들어왔던 시나리오 중 가장 재밌는 걸 고르다 보니 흥행하나 봐요. 또 너무 상업 작품만 하다 보면 지치니까 가끔 비상업 영화도 하고요. 이젠 투자가 안 되는 배우가 아니니까 크지 않은 영화도 시나리오가 좋으면 신인감독이나 베테랑 스태프들이 아니더라도 출연 결심을 하는 것 같아요."

■현장 최고참 "아이디어 많이 내"

심사숙고 끝에 그가 선택한 '가려진 시간'은 영화 '잉투기'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의 데뷔작. 순제작비 55억 원 규모의 '작은 영화'지만 시나리오만 놓고 보면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이 많은 판타지 장르라 촬영에 앞서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포기할 뻔한 순간도 있었지만 끝까지 하고 싶었던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다고. "이번 작품의 배우, 스태프 다 합치면 제가 가장 베테랑이었어요. 시나리오가 워낙 좋아 감독을 만나 많은 대화를 했고 믿음이 생겼죠. 그런데도 작은 영화다 보니 두 달 정도 촬영이 연기됐는데 중간에 포기하기 아까웠어요. 갖은 노력을 하다 보니 촬영을 다시 시작했고 현장에서 제가 할 일이 많았어요."

강동원의 이야기는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간다. "중간에 '멈춘 시간의 세계' 몇 장면을 못 찍을 수 있었는데 감독을 설득해 결국 찍었죠. 제가 평소 아이디어 내는 걸 좋아하죠. 예컨대 극중 성민이가 비누를 조각하는 장면에서 조각해낸 파편이 멈춘 공간에 떠다니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했고 그렇게 촬영됐죠."

■"가장 아까운 게 흘러가는 시간"

이 작품은 '멈춘 시간'이라는 소재로 소년 소녀의 러브 스토리를 그려가는 일종의 판타지 로맨스다.

극중 그가 열연한 성민은 꽤나 헌신적인 캐릭터다. 정신은 10대지만 사랑하고 자신을 믿어주는 소녀 수린을 살리기 위해 홀로 갇힌 세상에서 15년 몸이 늙어버리는 희생을 감수한다.

그런 영화처럼 시간이 멈춰버린 듯, 만화책을 찢고 나온 듯 비현실적인 얼굴의 강동원. 하지만 그 역시 어느 덧 30대 중반을 넘어 불혹의 40대를 바라보고 있다.

"가장 아까운 게 흘러가는 시간이에요. 저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요. 그렇다고 젊게 살고 싶진 않고 나이에 맞게 살고 싶어요.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는 건 싫어해 지금은 배우로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현재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붙잡고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서죠."

홍정원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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