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극장가 '방사능 주의보'
입력 : 2016-11-17 19:50:32 수정 : 2016-11-20 11:53:01
원전사고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들이 연이어 개봉돼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원전 문제를 다룬 영화 '판도라'의 한 장면. NEW 제공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원전을 소재로 한 작품 세 편이 연이어 관객과 만난다. '판도라'는 국내에서 원전사고가 났다는 가정 하에,'스톱'과 '너의 이름은'은 일본 원전사고를 배경으로 그려졌다. 5년 전 무려 2만 명이 넘는 사상자와 엄청난 트라우마를 남긴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그 충격파가 이어져 올해 충무로에서 제작한 '부산행', '터널' 등 재난영화들이 보란 듯 흥행에 성공했다. 잇달아 선보이는 원전영화들도 어떤 성적을 낼지 미리 그 속으로 들어가봤다.
■한국 최초 원전 소재 영화 '판도라'
다음 달 개봉하는 '판도라'는 국내 최초로 원전을 다룬 영화다. 역대 최대급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사람들의 사투를 스크린에 담았다. 국내에서 다룬 적 없는 소재인 만큼 긴장감 있는 스토리와 실제 사고를 방불케 하는 초대형 스케일로 현실감 있는 재난 블록버스터를 완성했다.
원전 관련 영화 잇단 개봉 눈길
초대형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이야기 '스톱'
뒤바뀐 소년과 소녀 '너의 이름은'
451만 명을 동원한 '연가시' 박정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김남길 김명민 김영애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강신일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얼굴을 내밀었다.
한국형 대작답게 제작비 150억 원에 촬영기간만 8개월이 소요됐다. 시나리오와 후반 작업까지 약 4년의 제작기간 동안 박 감독이 가장 힘을 쓴 부분은 현장감과 스케일. 이를 위해 제작진은 원자력 발전소와 동일한 규모의 세트장을 만들었고, 실제 마을에 집을 지었으며 미개통 고속도로까지 빌렸다. 촬영에도 엑스트라(보조출연자)만 무려 6000여 명을 투입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방사능 오염지역 임산부의 '도시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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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톱'의 한 장면. 김기덕 필름 제공 |
'스톱'은 다음 달 극장 개봉과 함께 IPTV 등을 통해 공개된다. 김기덕 감독의 22번째 작품. 김 감독 특유의 자유로운 프로덕션 스타일에 따라 지난해 일본에서 10회 차로 촬영을 마쳤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오염된 지역에 사는 임신한 부부가 도쿄로 이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방사능에 피폭됐을지 모를 뱃속 아이를 낳을지 말지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이 펼쳐진다.
김 감독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를 뉴스로 접한 뒤 원전 폭발과 방사능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들면서,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작품 제작과정도 독특했다. 감독이 홀로 스태프 역할까지 소화했다. 시나리오 탈고 후 그는 일본에서 현지 배우들(나카에 쓰바사, 호리 나쓰코, 다케다 히로미쓰)과 통역만을 둔 채 자신이 홀로 연출과 조명, 촬영, 편집, 사운드까지 진행하며 제작비를 최소화했다. 김 감독은 "지금의 원전 정책에 질문에 던지고, 어디선가 자연 재해나 관리 소홀로 인한 원전 폭발로 발생할지 모를 방사능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싶었다"고 연출 동기를 설명했다.
■서로 몸이 바뀐 도시소년과 시골소녀 |
영화 '너의 이름은'의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
내년 1월로 개봉일을 택한 '너의 이름은'은 일본에서 '천만고지'를 넘긴 화제작이다. 단순한 판타지물이 아니라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모티브로 해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샀다.
이 작품은 도시 소년 다키와 시골 소녀 미쓰하가 운명적으로 만난 뒤 서로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린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2007), '언어의 정원'(2013)으로 영화팬을 사로잡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를 잇는 천재 감독으로 주목 받아온 그의 탁월한 감성과 수려한 영상미가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8월 26일 개봉돼 일본 박스오피스 6주 연속 1위, 개봉 39일 만에 누적관객수 1000만 명 돌파,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5위 등의 대기록을 세웠다. 잇단 원전과 지진사고로 상처 입은 일본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다는 평이다. 홍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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