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암환자 역이다. 권수경 감독의 영화 '형'으로 돌아온 배우 조정석(36) 이야기이다. 극중 췌장암에 걸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는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도 역할이 비슷했다. 정말 드문 남자 유방암 환자 역을 맡은 것. 때문에 촬영 당시 동료들이 '조정석의 표정만 봐도 웃음이 터져 NG가 자주 났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닌 듯싶다.
그래서일까.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의 얼굴에는 유쾌함이 가득했다. 촬영장이든 인터뷰 현장이든 주위사람을 늘 즐겁게 하는 '마법'을 부리는 그는 영화 '형'을 선택한 이유와 자신의 연기철학을 마법으로 홀리듯 설득했다.
'질투의 화신' 유방암 이어
이번엔 극중 췌장암 걸려
진부할 수 있는 역할이지만
대중적인 것은 오히려 장점
■'동생 구하기'에 나선 사기꾼 형
이 작품은 배 다른 형제로 앙숙처럼 지내던 형 고두식과 동생 고두영(도경수)이 동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감동 드라마다. 유도 국가대표 두영은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되고 이 소식을 들은 전과10범 형 두식은 '석방 사기극'을 펼친다. 그는 두영의 형이자 15년 전 가출해 사기꾼으로 살아온 두식을 맡았다.
영화 '건축학개론' '관상'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이어 '질투의 화신'까지 조정석은 주로 코믹연기를 할 때 호평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작 '질투의 화신'과 '형'에서도 코믹 연기의 정석을 선보인데다 이들 작품 모두에서 암 환자를 연기했다.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었을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제게 코믹연기를 잘한다고 말씀해주시는 건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코믹 이미지로 굳어지는 건 신경 써야 될 부분이죠. 사실 '질투의 화신'보다 '형'을 훨씬 먼저 찍었어요. 공교롭게 시기가 맞물린 거죠. 완전히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선택했어요."
■진부함 보단 오히려 대중적
비슷한 역할이지만 캐릭터는 분명 달랐다고 한다. "물론 처한 상황이 다르고요. '질투의 화신' 남자 유방암환자는 정말 드문 케이스죠. '형' 암환자는 약간 진부하지만 그게 오히려 더 대중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형이 있어서 그런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라 여기고 결정했어요. 당시 휴먼코미디도 하고 싶었고요."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해 '헤드윅' 등으로 먼저 명성을 떨쳤던 그는 잦은 무대 경험으로 '현장감'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조정석은 극중 15년 만에 만난 이복동생과 동거하며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는 물론이고 욕도 차지게 해 애드리브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안긴다. "'질투의 화신'도 그렇고 제 연기에 애드리브가 많을 것 같다고들 하시는데 전혀 아니에요.모두 대본에 있는 것들이죠. 감독께서 컷을 안 하면 연기를 계속하는데 나중에 이런 장면을 편집하면 마치 애드리브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전 시나리오를 열심히 분석하고 그것에 충실한 배우예요."
■"꽃청춘의 조정석이 딱 제 모습이죠"
조정석은 사실적인 연기 덕분에 극중 성격이 '실제'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형'과 '질투의 화신' 캐릭터 모두 마초적인 츤데레(무뚝뚝해 표현을 잘하지 않지만 묵묵히 챙겨주는 성격) 스타일이다. 이에 대해서도 그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항변한다. "다정다감한 성격이에요. 다만 제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포장하고 이런 걸 못해요. 조용히 잘해주는 스타일도 아니고 솔직한 편이에요. 여행 예능인 tvN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편의 조정석이 딱 제 실제 모습이에요. 하하."
홍정원 기자 bstoda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