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 주민들이 원전 재난 영화 '판도라'를 보기 위해 영화관으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 울산 앞바다와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이 지역 주민들의 원전 사고 불안감이 고조된 영향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전 재난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개봉 닷새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는 한반도에 규모 6.1의 강진이 발생한 상황을 그렸다. 40년이 넘은 노후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로 벌어지는 아비규환의 비극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영화 속 어촌, 고리 떠올려
"원전 사고 남의 일 아니다"
부울경지역 반응 더 뜨거워
개봉 5일 만에 100만 돌파
극 중 한반도 동남권에 있는 한 어촌 '월촌리'에 위치한 '한별 원자력발전소'는 부산과 울산에 있는 고리·신고리원전과 경주의 월성원자력발전소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의 흥행은 최근 한반도 곳곳에서 발생한 유례없는 규모의 지진이 시민들의 원전 불안을 자극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영화 '판도라'는 다른 지역보다 유독 부·울·경 누리꾼들 사이에서 반응이 더 뜨겁다. 그동안 '해운대', '부산행' 등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대형 쓰나미나 치명적 바이러스를 소재로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판도라'는 최근 들어 부쩍 높아진 지진과 원전 불안감을 자극해 이전 영화들보다 더 현실적인 공포를 그리고 있다는 평가다. 또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진 때에 개봉해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가족들과 영화관을 찾은 김정근(54·해운대구 재송동) 씨는 "영화를 보는 내내 숨을 죽였다. 영화 속 장면들이 어쩌면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아찔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극적인 요소도 보인다. 영화는 원전 붕괴로 냉각수가 유출되면서 노심 용융(원자로의 냉각 장치가 멈춰 내부 열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해 원자로 노심부가 녹는 사고)이 발생한 직후의 사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원전 돔이 폭발하면서 콘크리트 파편이 인근 마을로 날아가 쑥대밭이 되는 장면도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와 같은 원전 폭발 사고는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원전 업계의 설명이다. 극 중 잿빛 '방사능 구름'이 몰려들자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장면 역시 허구다. 방사선은 빛이므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원전은 규모 6.5~7.0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를 했을 뿐 아니라, 주요 설비는 실제 규모 8.0까지도 견딜 수 있다"며 "돔이 마치 핵폭탄처럼 터지는 것은 영화적 요소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