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젠고는 일본이 최강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범국가적으로 추진해온 '젠(Zen) 프로젝트'의 최신 버전이다.
도쿄대와 소프트웨어 회사인 드왕고가 알파고의 딥러닝을 접목했다. 딥젠고 팀은 젠이 2015년 알파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발표하면서 세계 바둑계와 과학계는 모두 비상한 관심 속에 이번 대결을 지켜봤다.
딥젠고의 하드디스크 용량은 128GB이며, 이는 기업용 서버 500개 수준의 '슈퍼컴퓨터' 알파고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딥러닝과 몬테카를로방식이 적용된 건 알파고와 같다. 쉽게 말하면 알파고는 많은 컴퓨터를 뭉쳐 놓은 것이고 딥젠고는 단 하나의 컴퓨터. 따라서 팬들이 느끼는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에 보다 가까이 와 있는 것은 알파고가 아니고 딥젠고다.
실리파의 거두 조치훈은 흑 11, 13으로 실리를 벌어들인다. 내친김에 15, 17로 신나게 젖혀 간다. 아마 이 순간 조치훈뿐만 아니라 관전자들 모두가 흑이 좋다고 느낄 것이다. 앞서 우변 흑▲가 백 진의 확장을 제어하는 장애물 역할을 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흑19, 21의 양호구로 하변을 완전히 장악한 조치훈. 여기까지는 보면 딥젠고는 '라이벌' 알파고보다 약하다는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딥젠고도 백 20으로 밀어 올리고 22로 큰 곳을 걸쳐 가는 수순이 돌아오자 만족한다.
진재호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