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석규가 '상의원' 후 3년 만에 영화 '프리즌'으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화려한 휴가' '우생순' 시나리오를 쓴 '충무로 이야기꾼' 나 현 작가의 감독 데뷔작인 이 영화는 감옥에서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죄수들의 제왕과 새로 수감된 전직 경찰이 벌이는 범죄를 다룬 액션물. 극 중 죄수들은 직장인이 출퇴근하는 것처럼 교도소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범죄를 저지른다. 이 와중에 한석규는 죄수들을 지휘하며 범죄를 모의하는 '교도소 실세' 익호를 연기했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걸쳤던 의사복을 벗고 이 작품에선 죄수복을 입었는데 한때 '연기의 신(神)'이란 별칭까지 얻었던 한석규의 변신을 분석해봤다.
폭력적 이미지, 주인공과 맞아
'군주론' 읽으며 캐릭터 연구
장흥교도소서 촬영… 몰입 잘 돼
드라마·영화 총 스물세 편 작업
연기 잘하는 것인지 스스로 반문
■'완전범죄' 구역으로 탈바꿈한 교도소
영화는 기존 교도소에 대한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데 그것이 '프리즌'의 묘미다. 범죄자를 교정, 교화하는 시설이라 믿었던 감옥은 알리바이가 보장되는 완전 범죄구역으로 탈바꿈한다. 누명 쓴 주인공인 죄수를 억압하는 교도관, 탈옥을 시도하는 죄수들 같은 기존 범죄영화에서 흔히 봐왔던 뻔한 설정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한석규는 "범죄액션 장르지만 허를 찌르는 소재로 차별점이 있다"며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이 밖으로 나가 범행하고 다시 돌아와 수감생활을 계속한다는 상상력이 매력적"이라며 작품 선택 이유를 들려준다.
죄수들은 물론 교도관까지 자기 발밑에 두고 범죄를 주도하는 교도소의 '비선실세' 익호를 연기한 그는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폐쇄된 장흥교도소에서 촬영했다"며 에피소드를 쏟아낸다. "교도소는 처음 가봤는데 벽에 낙서가 그대로 있었고 죄수들이 썼던 엽서도 나뒹굴더군요. 촬영장소가 세트가 아니고 실제 교도소라 몰입이 잘됐죠. 실제 감옥에 불 질러 화재 장면도 찍었는데 리얼리티가 뛰어났고요. 큰 복이었죠."
■'군주론' 읽고 악랄한 권력자 연기
한석규는 악독한 교소도의 권력자 익호를 연기하기 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봤다. 이 책을 보며 느꼈던 것을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로 표현할 때 참고했다고. "'군주론'은 인자한 권력자가 아닌, 잔인한 폭군에 대한 책이죠.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폭력적 군주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는데 익호와 딱 맞아떨어지는 얘기죠."
작품은 교도소 안, 권력욕에 휩싸인 주인공 익호와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그려낸다. 그러면서 "인간이 존재하는 한, 감옥이든 어디든 권력 구조는 있고 '지배와 피지배 구조'는 영원하다"고 강조한다.
'프리즌'의 관람 포인트도 잊지 않는다. "익호는 교도소에서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 출소하기 싫어해요. 감옥에서 더 행복한 인물이죠. 그는 밖에 나가는 게 목표인 기존 죄수들과 달리 수감생활을 계속하는 게 목표이자 꿈인 사람이에요. 감옥에서 모든 게 가능하니 나갈 생각을 안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