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 배경 코믹극 '보안관'] 아재요 왜 이리 웃긴교?

입력 : 2017-04-27 19:18:24 수정 : 2017-04-28 09: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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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잡도록 엉뚱해도… 가슴 짠한 우리 시대의 아저씨들

배가 불룩한데도 과감히 입은 쫄티에 배바지,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화려한 체인 금목걸이, 알듯 모를 듯한 기묘한 무늬가 새겨진 티셔츠…. 김형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보안관' 속에 등장하는 '아저씨 패션'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들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섹시해 보이는 게 아닌가. 게다가 할리우드산 서부극에 등장하는 보안관처럼 이들 역시 마을을 수호하는 모습에선 '영웅'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부산 기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바다 내음 가득한 이곳에서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전직 형사(이성민)가 서울에서 온 성공한 사업가(조진웅)를 마약사범으로 의심해 벌이는 수사극이다. 경상도 아저씨들의 사투리 향연이 짙게 펼쳐진 영화 속으로 미리 들어가 봤다.

동네 보안관 자처하는 전직 형사
서울 사업가 의심하며 좌충우돌

겉으론 '대장노릇' 힘센 척하지만
사라지는 남성성 증명하려 몸부림
이성민·김성균 연기 호흡 '훌륭'

■보안관처럼 고독한 '우리 시대의 아재들'


줄거리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코미디 작품치곤 나름 메시지를 담아낸 편. 과잉 수사로 해고된 전직 형사 대호(이성민)는 낙향해 음식점을 운영한다. 그리곤 동네 대장을 자처하고 대소사에 관여하며 고향을 지킨다. 서울에서 내려온 사업가 종진(조진웅)이 이곳에 비치타운을 건설하려는 즈음 인근 해운대에 마약이 떠돈다. 여전히 '형사 촉'을 지닌 대호는 전과자인 종진을 마약사범으로 점찍고 처남 덕만(김성균)과 함께 비공식 수사에 착수한다. 마을사람들은 돈 많고 세련되고 예의 바른 종진 편에 서고 대호는 점점 외로워지는데….

부산 기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 '보안관'은 전직 형사가 서울에서 온 성공한 사업가를 마약사범으로 의심해 벌이는 수사극으로 아재들 마음속에 숨어있는 '영웅심리'를 일깨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주인공 대호는 동네에선 대장노릇을 하며 돌아다니지만 집에선 아내와 딸 눈치 보기 바쁘고 줄어드는 머리숱을 걱정하는 중년 아저씨다. 연출을 맡은 김 감독은 "이 작품은 형사로 잘 나갔던 한 남자가 마약범죄자로부터 마을을 지키려는 고군분투기인 동시에 희미해져가는 남성성을 증명하고자 몸부림치는 한국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일까. 대호는 겉으론 힘 센 척하지만 속으론 우리 주변의 흔한 '아재'로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그려진다. 매 작품 캐릭터에 대한 진심으로 관객을 움직였던 이성민에 의해 완성된 이 '친근한 히어로'는 관객 공감을 이끌어낼 만하다.

■마음만은 '첩혈쌍웅' 알고보니 '아재파탈'

'보안관'은 1980년대 홍콩 누아르 영화에 대한 향수를 녹여내고 동시에 남자들의 로망도 함께 버무려낸다. 전직 형사인 대호와 동네 백수인 덕만은 늘 동경했던 '첩혈쌍웅'의 주인공 저우룬파(周潤發)를 꿈꾼다.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휘감은 '아재' 스타일이 발목을 잡는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 중년이 대부분인 등장인물의 꾸밈없는 '멋짐'은 꽤나 눈길을 끈다.
또다른 볼거리는 수사를 빙자한 코믹함이다. 과학수사를 하는 장면에선 영국드라마 '셜록'을, 허당수사를 하는 모습에선 할리우드영화 '덤 앤 더머'를 떠올리게 한다. '추리'와 '코믹'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는데 매 순간 진지한 정통수사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배우 이성민과 김성균의 연기 호흡은 찰떡 그 이상이다.
이뿐 아니다. 금세 흘려버릴 만한 파안대소보단 살며시 웃거나 미소 짓게 할 소소한 재미가 스며있다. 그런 코믹 스타일이 더 세련돼 보여 매력적이다. 또한 반전 캐릭터 종진의 변화무상함은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해 지루하지 않게 하는 요소. 이 역할을 맡은 조진웅은 이성민과 시종일관 대립하며 영화 전반에 웃음과 함께 긴장을 이끈다. 5월 3일 개봉

홍정원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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