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김지석과 육성인터뷰 3] "가족 빼고 영화제가 인생의 전부"

입력 : 2017-05-21 23: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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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2009년 5월 BIFF 탄생 비화 등을 듣고자 고인과 3일간 긴 인터뷰를 가진 바 있다. 출판목적이었기에 언론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 인터뷰는 3회 중 마지막 회다.

- 김동호 위원장과 출범부터 함께 했는데 어떤 분인가

▲말콤 글래드 웰이 쓴 '아웃라이어, 성공의 기호를 발견한 사람들'을 보면 천재들은 전적으로 '자기가 잘나서 천재가 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 책에선 환경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만약 부산영화제에서 일하는 사람 중 외부에서 능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그게 본인의 능력 때문인가요. 천만의 말씀이죠. 제가 보기에 50% 이상 김위원장의 그늘에 있어서 빛나는 거에요. 김 위원장과 함께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능력은 50% 이상 먹고 들어갑니다. 우리에게 큰 우산이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안이 되어 주시는 분 입니다.

- 그런 것은 어디서 나온다고 보는지.
 
▲제가 보기엔 그분의 인품이에요. 누구에게나 존경심을 표하는 온화한 인품이죠. 처음부터 지금까지, 말단에서 프로그래머까지 존댓말로 대하고 이런 원칙이 철저하신 분이죠.
 
- 올해(2009년) 초 총회를 앞두고 김 위원장의 사퇴 소동이 있었는데

▲물론 김 위원장의 사퇴 계획을 우리는 알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저나 영화제 직원 모두 믿는 게 있었죠. 그게 바로 시장님(허남식 전 시장을 지칭)이죠. 그분은 절대 'OK' 안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우리가 믿고 있던 마지막 카드였어요.

사실 김 위원장께서 사퇴하려는 것은 주위 분들 때문이에요. 그 분들은 영화제를 많이 공격하는데 "왜 네가 그런 욕을 먹어가며 살아가냐"라는 말을 하도 하니까 김 위원장도 행동에 옮기려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우리가 이렇게 말하죠. "위원장님, 그분들 명단 주십시오. (영화제때) 다 초청하겠습니다"라고요.
 
- BIFF 이후 부천 전주 광주 등에서 영화제가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부산에서 모든 영화를 다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죠. 영화제 성격만 확실하다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전주에서 프로젝트프로모션(JPP) 같은 프로그램을 하는데 아마 전주가 산업적 파워를 갖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이는 부산의 APM과 유사한 것인데 과연 이럴 필요가 있나. 또는 역량이 있겠나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죠. 

이런 건 자꾸 부산을 바라보면서 생겨난 것인데 전주나 부천 모두 자기 성격에 맞는 영화제를 해야 하는데 너무 부산을 의식하고 따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죠.

전주의 JPP나 부천의 나프가 그러한 예인데 둘 다 프로젝트 마켓이죠. 물론 프로젝트를 뽑아오는 것은 할 수 있는데 문제는 누가 거기서 미팅을 하느냐. 즉 미팅을 하는 사람, 회사를 얼마나 데리고 오느냐 하는 점이 우려스럽죠.
 
- 영화제를 하면서 젊음을 다 바쳤다. 개인적으로 성공했는지.
 
▲저에게는 가족 말고 영화제가 인생의 전부에요. 제 인생을 걸은 거죠. 아직 100%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그 길로 걸어가는 중이죠. 솔직히 돈은 못 벌었어요. 지금 제가 받고 있는 월급은 한국에서 잘 나가는 은행원의 초봉보다 못하죠. 

그래서 집사람이 하는 말이 왜 월급이 안 오르냐는 겁니다. 사실 우리의 월급은 우리가 직접 책정하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지내 왔어요. 프로그래머 월급은 3년째 동결이고요.

다만 대학 강단을 그만두고 영화제로 왔는데 그건 100% 잘했다고 생각해요. 지금 그 학교의 학과가 없어졌어요. 그렇지 않으면 졸지에 실업자가 됐을 것 아닙니까.하하
 
또 다른 보람은 제 외아들입니다. 그 놈이 몇 년째 변하지 않는 꿈이 있는데 바로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되는 겁니다. 벌써 계획을 다 세워놨어요. 프랑스로 유학 가고 그러기 위해선 외고에 가야 하고, 조만간 불어학원에 가야 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놨죠. 

저 때문에 일찍 깬 거죠. 그래서 그 놈한테 다른 건 닦달을 안 합니다. 농땡이 치면 "프로그래머 되는 것 포기했냐"고 하면 "에이"하면서 공부를 하니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선 마음이 놓이죠.하하
 
김호일 선임기자 tokm@

사진은 2014년 5월에 개막된 프랑스 칸영화제 당시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이용관 위원장과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오른쪽)가 회의하는 모습인데 고인을 추모할 임시빈소가 이곳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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